신석기 유물부터 거북선까지… 여수 섬은 ‘바다 위 박물관’
유인도 45개, 무인도 279개 달해
박람회장 섬 3곳 모두 선사 유적
추도 등 5곳 공룡 발자국 3546점

여수 반도는 해안선 1005㎞를 따라 보석 같은 섬 365개가 펼쳐져 있다. 이들 섬은 아름다운 풍광뿐 아니라 풍부한 역사와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어 주목받는다.
문명의 교차로, 섬
바다의 면적은 약 3억6100만 ㎢로 지구의 70.8%를 차지한다. 섬은 물로 둘러싸인 육지를 의미하며 대륙보다 작고 암초보다 크다. 세계 195개국 가운데 104개국(53%)이 섬을 보유하고 있다. 섬은 오랜 시간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했지만 접근이 어려운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자연환경과 독특한 생태계, 문화가 비교적 온전히 보존됐다.
그리스 산토리니가 고대와 현대를 잇는 건축과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듯이 제주도는 독자적인 신화와 언어,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한국섬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에는 무인도 2910개, 유인도 480개 등 총 3390개의 섬이 있다. 유인도 면적은 3812㎢로 국토의 3.8%를 차지하고 주민은 81만3475명으로 전체 인구의 1.6% 수준이다.
한국은 동해의 독도(육지와 거리 218㎞), 서해의 백령도(164㎞)와 가거도(122㎞), 남해의 마라도(132㎞) 등을 바다 경계에 두고 있다. 한국섬진흥원 관계자는 “독도 등은 영해를 설정하는 기준이 되는 영해 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여수의 섬
특히 전남은 무인도 1741개, 유인도 277개 등 총 2018개의 섬이 있는 대표적인 다도해 지역이다. 섬 주민은 15만5929명으로 도 전체 인구의 8.6%를 차지한다. 여수는 무인도 279개, 유인도 45개로 약 2만892명이 거주하고 있다.
여수(麗水)라는 이름은 ‘물이 아름답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나비 모양의 여수 반도 주변에는 324개의 섬이 흩어져 있으며 ‘365개 섬’이라는 표현은 상징적인 의미다.
여수에서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2026여수세계섬박람회가 열린다. 조형근 조직위원회 기획본부장은 “다양한 섬의 생태와 문화, 지정학적 가치, 기후변화 등을 조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람회장 섬 3곳 모두 선사 유적 존재
여수의 섬들은 공룡 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폭넓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화정면 추도 등 5개 섬에는 공룡 발자국 3546점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추도에는 초식 공룡 6마리가 이동한 84m 길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박람회장이 들어서는 돌산도, 금오도(안도), 개도는 모두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된 공통점이 있다. 김병호 조직위원회 고문은 “여수의 유인도 대부분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하며 외부와 교류해온 역사를 지닌다”고 말했다.
돌산도 군내리 송도 조개더미에서는 신석기 시대 낚싯바늘이 출토됐다. 이 유물은 남해안과 일본에서도 발견되는 형태다. 화산 지역에서 생성되는 흑요석 조각도 발견돼 당시 문화 교류를 보여준다.
안도는 남쪽 바다에 위치한 3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금오열도(金鰲列島)에 속한다. 금오열도의 중심인 금오도와 안도대교로 연결됐다. 신석기 유물이 다량 출토돼 ‘신비의 섬’으로 불린다. 안도 조개무지(패총)에서는 6000년 전 신석기 유물 500여 점이 쏟아져 나왔다. 안도 패총에서 굴 껍데기, 조개껍데기, 고래 뼈, 동물 뼈가 출토됐다. 패총에서는 고기잡이를 위한 창, 그물추, 동물 뼈와 돌로 만든 낚시 도구도 발굴됐다. 각종 토기를 비롯해 조가비 팔찌, 일본 규슈 지방 등에서 생산되는 흑요석도 나왔다.
개도 정목패총은 지난해 유적 조사가 이뤄졌다. 패총은 수렵·어업으로 살던 신석기 사람들이 조개를 먹은 뒤 버린 껍질이 쌓여 만든 퇴적층 유적이다. 서채훈 여수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정목패총은 6단계 패각층으로 이뤄져 있고 화살촉도 발굴됐다”며 “여수섬박람회 기간 동안 탐방객들에게 당시 섬 문화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명의 교류, 침범과 격퇴
여수의 섬들은 문명의 교류점이었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는 중국 한나라 시대 화폐인 오수전이 발굴되기도 했다. 오수전이 오래된 목선 조각과 함께 발견된 것을 고려할 때 난파선(難破船)에 적재된 화폐로 추정된다.
중국 당나라에서 불교를 배운 일본 승려 엔닌(794∼864)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 “847년 귀국할 때 (여수) 안도에 잠시 머물렀다”고 적었다. 조선 초기 무장인 이종무 장군이 1419년(세종 1년) 대마도를 정벌한 이후 왜인들은 조정에 “먹고살 방법이 없으니 거문도에서 조업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 고문은 “대마도 왜인들이 조정에서 허가받고 현재 비자에 해당하는 문서를 받아 남해안을 거쳐 거문도로 가 조업을 하는 등 해상 교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여수의 섬들은 외부 세력의 침입과 이를 막아낸 역사도 함께 지니고 있다.
고려 말에는 왜구들이 여수, 고흥을 13차례 침범했다. 김 고문은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일본 규슈, 대마도 해상 도둑들이 동남풍을 타고 자원이 풍부한 여수, 고흥을 약탈하기 위해 자주 침범했다”고 설명했다.
왜구의 잦은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 성종 10년인 1479년 전라좌수영이 설치됐다. 임진왜란 발발 5년 전인 1587년 왜구가 여수시 삼산면 손죽도를 침범해 전라좌수군이 전투를 벌였고 이대원 장군이 전사했다.
전라좌수영은 임진왜란에서 큰 역할을 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다”는 뜻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을 남겼다.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는 약무호남 시무국가의 중심이다. 이순신 장군과 전라좌수영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쳐 일어난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임란 당시 전라좌수영은 전남 동부권역 5관 5포를 관할했다. 5관 5포 병사들은 평소 농사를 짓던 주민들로 전쟁이 나면 전함 승조원으로 충원됐다. 조선 수군 병사들은 직위가 계승되는 전문직으로 해안 지형과 조수(潮水)를 잘 알고 있었다.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외부 세력의 잦은 침범을 격퇴한 여수의 저력이 명장 이순신 장군의 능력에 더해져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해양문명 나침판, 여수
여수는 남해안 중심 관문을 담당하는 국제해운도시, 천혜의 해양관광 자원을 보유한 관광휴양도시이자 국가경제의 토대인 여수·율촌산단이 위치한 산업도시, 청정해역과 다양한 수산시설을 갖춘 해양수산 도시, 충무공의 충절이 깃들고 호국문화 유적을 보유한 호국충절도시다. 이런 여수에서 열리는 섬박람회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주제로 섬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김종기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여수섬박람회는 세계 다양한 국가와 도시가 모여 섬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나침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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