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은 훈련장 짓고 동문이 훈련비 지원… 수도권서도 ‘유도 전학’
<2> ‘유도 명가’로 살아난 사북

지난 2월 말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중·고 유도장에는 학생 30여 명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부터 건장한 체격의 고등학생까지 흰색과 파란색 도복을 입고 코치의 구령에 맞춰 훈련 상대를 매트에 메다꽂았다. 사북 초·중·고 3개 학교 유도부가 합동 훈련을 진행하느라 겨울방학인데도 교정이 시끌시끌했다.
사북고 입학을 앞둔 정경호(16)군은 자동차로 1시간 30분쯤 떨어진 강원도 동해에서 왔다고 했다. 그는 “여기 유도부가 실력이나 훈련 환경도 좋다고 해 먼저 입학한 누나를 따라 사북에 왔다”고 했다. 올해 사북고 유도부 신입생 5명 중 4명이 정군처럼 다른 지역에서 사북으로 이사한 케이스다. 사북중 유도부 이상우(14)군은 경기도 수원 출신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유도를 시작한 그는 “사북이 유도를 잘한다고 알고 있었고, 마침 할아버지 댁이 사북이어서 전학했다”고 말했다.

◇“학생 유출 막자” 사북고 유도부 창단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방 소도시는 물론 수도권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 전국 초·중·고에 졸업생이 10명이 안 되는 ‘미니 학교’가 1863곳에 달하고, 폐교하는 학교도 58곳이나 된다. 하지만 인구 4000여 명의 사북읍은 학생 수가 반등하고, 전국의 유도 유망주들이 모이는 스포츠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기점은 2024년 12월 사북고 유도부 창단이다. 당시 사북중 유도부 3학년생 두 명이 직접 교장실을 찾아와 “고등학교에 유도부가 없어 전학을 가야 할 처지”라며 고교 유도부 창단을 요청했다. 이들이 유도를 계속하려면 강릉 주문진고에 입학하거나 수도권으로 이주해야 했고, 가족의 지원이나 희생이 없으면 유도를 포기하고 진로를 새로 찾아야 할 판이었다.

임흥수 교장은 “학생들의 고민은 십분 이해했지만, 우리처럼 작은 학교는 코치 선생님을 새로 구하는 등 비용 부담 때문에 운동부 만드는 게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동문과 지역 사회가 돕겠다고 나서고, 교직원과 학부모들도 “어렵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해보자”고 힘을 보탰다. 그렇게 부원 3명으로 사북고 유도부가 출범하면서 사북초·중 유도부 학생들은 ‘진로 걱정’이 사라졌다.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전학 오는 학생이 생기면서 초등학교 14명, 중학교 12명, 고등학교 8명 등 총 34명의 ‘사북 유도단’이 결성됐다.
유도부가 전국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명성을 떨치면서 지역 분위기도 달라졌다. 강원도교육청과 정선군이 예산을 들여 71억원 규모로 훈련장 두 곳을 새로 짓기로 했다. 올 상반기 착공이 목표다. 강원랜드와 사북장학회·동문회는 유도부원들의 훈련비로 2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주민과 지역사회 모두 인구 감소 등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찾으려 고민했는데, 유도부 학생들이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스포츠로 학교가 살고, 학교 덕분에 쇠퇴한 지역에 활기가 도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전교생 3명 영월 상동고, 야구로 부활
경북 의성군도 학교 운동부 활성화로 지역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는 지자체다. 의성고가 동계 종목인 컬링부와 야구부가 이름을 알리면서 지역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윤영준 의성고 체육부장은 “2019년에 컬링부를 창단했는데, 의성군이 지도자 채용과 장학금 등을 지원해 주면서 전국에서 ‘컬링을 하고 싶다’며 전학을 온다”고 했다. 의성고는 작년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서 우승했고, 의성여고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원 영월군 영월읍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를 이동하는 오지에 있는 상동고는 2023년 전교생이 3명까지 줄었다. 이에 상동고는 ‘공립 야구고’로 전환했고, 동문과 주민들이 돈을 모아 야구부 창설을 도왔다. 전국에서 야구를 하려는 학생이 모이면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고, 학교가 살아나면서 마을 상권도 숨통이 트였다.
강원도 정선군 백전초도 사북 유도부의 성공 사례를 보고 작년 11월 태권도부를 창단, 전교생이 15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 양구고는 테니스를 중심으로 선수 육성 체계를 만들고, 초·중·고 연계를 통해 지역 밖으로 새어 나가던 인재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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