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에어컨 갈등에 갈라진 중대마을
노인 “이장, 전기료 탓하며 꺼”
이장 “적정 온도로 조절한 것”
주민들도 합세해 분열 심화
경찰 수사중…郡, 중재 시도

김포경(75) 중대마을 경로당 총무는 1일 울주군 웅촌면행정복지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이장 면직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마을 이장이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에어컨을 송풍 모드로 변경하고 작동을 중지시켰다"며 "노인들은 에어컨 설정이 바뀐 줄도 모른 채 무더위 속에서 10일간 선풍기로 버티다 결국 (경로당으로) 발길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장이 에어컨을 껐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있다"고 덧붙였다.
1인 시위 현장에 함께 한 최전화(83), 김순자(80)씨도 에어컨 작동 문제를 거론하며 "이전에는 경로당에서 다 같이 모여 밥을 지어 먹었는데, 지금 이장으로 바뀌고 나서는 이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등 이장 눈치가 보여 이제는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노인들은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과를 요구하자 이장이 삿대질하며 노인들을 향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인들은 지난 1월 울주경찰서에 이장을 노인복지법 위반 및 폭행·협박 혐의로 고소하고, 울주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중대마을 이장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에어컨을 끄거나 송풍으로 고정한 적이 결코 없으며, 오히려 노인들 간의 '온도 차'를 조율하려다 생긴 오해라는 것이다.
A씨는 "더위를 많이 타는 노인 한 명이 온도를 18℃까지 낮추자, 다른 노인들이 추워서 이용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이에 에어컨을 적정 온도인 22℃로 조정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했다. 노인들이 주장하는 폭언과 삿대질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주민들도 경로당 이용자들과 이장을 지지하는 파로 갈라지는 등 마을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관할 웅촌면행정복지센터는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 해결이 쉽지 않다.
울주군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이장 면직과 관련된 투표나 회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