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이제는 국가유산] [50] 살구꽃 핀 덕수궁 석어당

봄날의 고궁은 말 그대로 꽃 대궐이다. 꽃을 보며 계절을 깊이 들이는데 제격인 고궁은 시절 인연으로 만나는 꽃들로 화사하다. 그중에서도 덕수궁 석어당(昔御堂) 주변의 살구꽃이 봄을 즐기는 데 으뜸이다. 임금이 머물렀다 하여 이름 붙은 석어당은 단청 치장이 없는 2층의 ‘一’자 형 목조건물이다. 고색 짙은 건물과 살구나무와 어우러진 정취가 멋스럽다. 다가가 담장에서 올려다보면 흰빛에 가까운 연분홍 꽃이 흐드러져 꽃다발처럼 보인다.
살구꽃은 얼핏 보면 매화나 벚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뒤로 젖혀진 꽃받침이 달라 구별된다. 한자어 행(杏) 자를 쓰는데, 살구는 ‘살결이 곱다’란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살고’라 불린 우리말이라 한다. 고운 꽃에 탱글탱글한 열매와 향긋한 내음도 좋지만, ‘약방의 살구’ 행인(杏仁)이라 불린 살구씨까지도 각종 약재로 널리 쓰인 까닭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역사의 거친 풍파와 화마를 겪은 덕수궁의 속앓이를 다독이며 400살이 넘었다는 설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살구나무는 성장이 빠른 편이고 길어야 80년 정도 산다. 옛 기록에 등장하지 않아 언제 심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광복 이후 1950년대 사진부터는 그 모습이 보인다. 이제껏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살구나무가 없어 비교가 어렵지만, 석어당 살구나무는 기운이 좋고 용트림하는 모양이 사뭇 다르다.
살구꽃 필 무렵 내리는 비를 ‘행화우’라고 한다. 며칠전 내린 비에 만개한 살구꽃이 한 잎 두 잎 나풀거리며 흩날리고 있다. 석어당 이층에 올라 창을 열고 바라보는 풍경이 백미다. 석어당을 비롯한 덕수궁 전각 내부의 특별관람이 4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그새 그리워지는 풍경은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상춘(賞春).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멜론빵에서 인분 냄새가?”...실수로 ‘두리안’ 넣었다
- [속보] 코스피, 트럼프 “이란 강하게 타격” 발언에 5300선 붕괴
- 김병기 차남 경찰 출석…“부자 같이 조사하는 게 어딨나”
- [속보]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확정
- [속보] ‘8억대 뇌물’ 전준경 前 민주연 부원장, 징역 3년 확정
- [속보] ‘돈봉투 제명’ 김관영 “참담...도민에 대한 책무 버리지 않겠다”
- 국민의힘 ‘박덕흠 공관위’ 발족, 원내·법조인 중심 인사 구성
- 아르테미스 2호에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도 탔다…삼성·SK 반도체 우주서 시험
- [속보]트럼프 “앞으로 2~3주 강한 타격... 이란은 석기시대 될 것”
- 현대차, 美서 차세대 중형 픽업트럭 콘셉트 ‘볼더’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