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화 함께 들어요] [37] 6년 만에 나타난 이소라의 매혹적 목소리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 2026. 4. 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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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블루’
'성시경의 고막남친'에 첫 게스트로 가수 이소라가 출연했다. /KBS2

이소라의 시작은 재즈 보컬 그룹 ‘낯선사람들’이었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에 잠깐이나마 재즈 열풍이 불었고 시의적절한 신선함과 멤버들의 재능까지 더해져 낯선사람들은 상당한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이소라를 본격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계기는 따로 있었다. 김현철과의 듀엣 곡 ‘그대 안의 블루’였다. 같은 이름의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맡았던 김현철이 학전 소극장에서 낯선사람들 공연을 보다가 매력적 음색에 반해 콜라보를 제안했다. 이것이 대중적 비상의 시작이었다. 주제곡 인기에 이어서 1집 수록곡 ‘난 행복해’까지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이소라는 수퍼스타로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여가수들이 판매량에서는 남자 가수들과 비교해 열세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럼에도 1집은 음반 집계 차트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을 앞섰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대 안의 블루’는 이소라의 타임라인에서만 중요한 곡도 아니었다. 한국 영화 음악 역사에도 족적을 남겼다. 영화가 개봉한 1992년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 주제곡이 투자 대비 괜찮은 수익을 거둘 거라 예상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알라딘’ ‘보디가드’ 등 해외 영화 음악들은 승승장구했으나 한국 영화 사운드트랙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성공했다. 한국 영화 음악도 충분히 시장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노래는 진한 색소폰 연주로 시작한다. 재즈의 영향이다. 영화를 보면 흐르는 연주곡들이 대부분 재즈다. 그 시절 재즈는 드물게 대중적 영역으로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재즈 클럽에 다니는 인구가 늘어났고 평론가가 쓴 재즈 에세이가 수만 부 이상 팔리기도 했다. TV 광고에 빌리 홀리데이나 루이 암스트롱의 고전이 쓰이기도 했다. ‘그대 안의 블루’를 들으면 그 시절 짧았던 재즈 열풍이 떠오른다.

최근에 이소라가 KBS 음악 프로그램 ‘고막남친’에 출연해 진행자 성시경과 함께 ‘그대 안의 블루’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오랜 칩거 끝에 6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데다, 은둔형 캐릭터를 벗어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직후여서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영상은 나흘 만에 90만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여전히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음악 팬들의 환대를 보며 긴 세월 속에서도 공고한 이소라라는 브랜드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종종 훌쩍 떠나버리는 불친절한 소통을 함에도 돌아오는 순간 열광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말 아름답고 멋진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 아닐까. 성시경과 함께한 이번 무대에서도 도입부 몇 소절만으로도 왜 우리가 그녀를 반길 수밖에 없는지 확실히 증명했다. 이만한 보컬이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걸 가요 팬들은 세월을 통해 똑똑히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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