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전쟁은 끝나도 외상은 끝나지 않는다
전쟁 경험자 22%가 정신 문제
취약한 민간인 PTSD 위험 높아
치료와 사회적 돌봄 뒤따라야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5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전쟁에서 무고한 시민들은 ‘언제 다시 미사일이 날아올까’라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된다. 실제 보도처럼 미사일 공격과 보복 공습, 휴전협상 시도 등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단지 위험을 목격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위협 속에서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지속적인 외상 상황에 놓인다. 정신의학적으로 이는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몸과 마음이 장기간 비상체제로 고정되는 상태에 가깝다.

임상적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폭격을 당했다’는 사건 자체보다 ‘언제 또 폭격을 당할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외상은 이미 지나간 사건의 기억일 수 있지만, 전쟁 지역의 시민은 외상을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로 경험한다. 반복적인 미사일 공격과 포격에 노출된 민간인을 다룬 연구들은 PTSD 증상, 불안, 삶의 만족도 저하가 심하게 증가한다고 보고되었다. 작은 소리에도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잠도 깊이 자지 못한다. 잠시 조용한 시간조차 더 큰 일이 오기 전의 정적처럼 느끼는 상태는 과장이 아니라 뇌가 위협의 종료를 확신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물론 모든 전쟁 노출이 곧바로 PTSD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10년 내 전쟁이나 분쟁을 경험한 사람들 가운데 약 22%가 우울, 불안, PTSD, 양극성장애, 조현병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추정했다. 이는 전쟁이 단지 일시적 공포를 유발하는 사건이 아니라 대규모 정신질환 부담을 남기는 공중보건 위기라는 뜻이다. 더욱이 전쟁은 정신건강 서비스 자체를 붕괴시킨다. 병원은 파괴되고, 약물 공급은 끊기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치료로부터 멀어진다. 따라서 전쟁 상황에서 정신건강 지원은 부수적 복지가 아니라 필수적 의료 대응이다.
PTSD와 전투 신경증의 역사는 인간이 약해서 생긴 병의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 반복되는 위협, 예측 불가능한 상실 앞에서 인간의 정신이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전쟁은 건물과 사회시설만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안전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마저 파괴한다.
그러므로 전쟁 이후 필요한 것은 휴전과 재건만이 아니다. 살아남은 이들의 악몽과 과각성, 죄책감과 슬픔, 그리고 무너진 안전감을 회복시키기 위한 장기적 치료와 사회적 돌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폭격은 어느 날 멈출 수 있지만 외상은 적절히 다루지 않으면 훨씬 더 오래 개인의 삶 속에 남는다.
권준수 한양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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