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 예술’ 또 다른 피카소를 만나다

한유진 2026. 4. 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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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전
도자에 여인·동물·얼굴 등 담아 작품 세계 표현
“많은 사람들 문화 향유 위한 기증작, 의미 깊어”

공립 미술관 최초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피카소 도예는 어떤 모습일까. 천진난만하고 유희적인 형태의 도예는 둥근 곡선 구조의 두 전시실 안에서 작품과 공간이 어우러지는 경험을 전한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제4전시실은 여인, 동물, 올빼미, 얼굴 등 피카소가 사랑했던 주제들로 구성됐다.

입구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여인 섹션에서는 도예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프랑스 남부 도시 발로리스의 마두라 공방에서 만난 자클린 로크를 형상화한 도자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도예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피카소는 접시를 비롯해 물병과 화병 등을 변형시켜 여성의 특징적 모습을 묘사한 도조(도자 조각) 방식의 작품을 제작했다. 이러한 시도는 피카소만의 유희적 도예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이어 염소, 물고기, 개 등 다양한 동물들이 도자에 담겨 있다. 피카소는 작업실에서 여러 동물을 키우며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시켰고 각 동물의 상징성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했다.

올빼미는 접시와 성형된 화병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됐다. 피카소는 화병을 변형시켜 올빼미와 인물의 표정이 섞인 신화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며 피카소 도예 특유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도예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피카소가 미술을 처음 시작했던 유년 시절부터 말년까지 가장 많이 제작한 작품은 초상화다. 그의 도자 작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얼굴이다. 석고 틀 위에 백토를 올린 뒤 찍어 만든 작품부터 백토 위에 검은 화장토를 채색하고 나이프로 얼굴선을 새긴 후 유약을 칠한 작품까지 재료와 기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된다.

제5전시실에서는 스페인 출생인 피카소의 정체성이 담긴 투우를 비롯해 자신을 투영한 그리스·로마 신화, 정물과 풍경, 판화 등 주제별 섹션과 함께 관련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MMCA 이건희 컬렉션: 피카소 도예’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경남도립미술관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도예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전시장 안쪽에 걸려 있는 다양한 형태의 피카소 도예 전시 포스터들도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3층 로비 전시홀에서는 도자를 제작하고 드로잉하는 피카소의 모습이 담긴 루치아노 엠메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피카소를 만나다’가 상영된다. 영상을 통해 피카소의 예술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

김주현(오른쪽)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한유진 기자/

한편 전시 기획을 맡은 김주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다.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개최한 바 있는 순회전으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의미를 찾으려고 많이 들여다봤다.

우선 지역 공립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화예술이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 속에서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이 기증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개인의 소장에 머무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보고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다.

또한 피카소가 도예와 판화에서 에디션 개념을 활용해 다수 제작을 시도한 것 역시 예술을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누리길 바랐던 그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던 기증자의 마음, 에디션 개념을 통해 일상 속에서 예술이 누려졌으면 하는 피카소의 마음, 국립현대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 간 연대와 협력이 맞물리며, ‘예술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함께 즐기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곡선 형태의 전시 공간이 인상적인데.

△피카소의 도예 작품은 유기적인 곡선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작품을 담는 공간 역시 곡선이어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고 판단했다. 작품을 담는 전시 구조를 곡면으로 설계하고 곡면 유리를 사용했다. 또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가마’에서 착안해 공간의 개념을 확장했다. 둥근 형태의 가마 안에 작품이 놓인 것처럼 원형의 공간과 연관성을 지어보고자 했다.

-감상 포인트가 있다면?

△먼저 단순히 도자 작업으로 보기보다, ‘어떤 취지나 의도가 있을 수 있구나’라는 점을 함께 관람하시면 또 달리 작품이 보일 것 같다. 또한 도예는 피카소의 말년 시기 작업인 만큼 본인의 전체 작업을 종합하는 성격이 드러난다. 관람객이 기존에 알고 있던 피카소의 회화적 특징이 도예 작품 속에서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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