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만 해선 안 돼"…패션업계 '블루오션'으로 뜨는 그루밍족 [트렌드+]
'그루밍족' 늘자 남성복 브랜드 강화하는 패션업계
침체기 맞은 패션시장에 새로운 성장축으로

패션업계가 남성복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패션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자기관리에 적극적인 남성 소비층이 늘면서 남성 패션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브랜드 인큐베이터 하고하우스는 남성복 브랜드 ‘테일던’을 선보였다. 이는 회사가 자체 제작한 첫 번째 남성복 브랜드로, 오는 2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호점을 내고 향후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 위주로 출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고하우스는 대표 브랜드 마뗑킴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보이그룹 NCT의 멤버 제노를 발탁하기도 했다. 회사가 남성 모델을 기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남성복 라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브, 스튜디오 톰보이 등 기존 여성 패션에 주력해온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최근 남성복 라인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해 초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을 리브랜딩했다. 기존 3040 비즈니스맨 중심의 유러피안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주얼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한 게 특징이다. 한국 남성 체형에 맞춰 베이직·캐주얼·클래식 등으로 상품군을 세분화해 일상과 출근 모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해당 브랜드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4% 증가했다.

패션업계가 남성라인 강화에 힘을 주는 이유는 패션시장에서 남성 고객 수요가 증가하는 데 있다. 최근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패션·미용에 시간을 들이는 남성을 의미하는 ‘그루밍족’이 늘면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남성 그루밍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584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는 이후 해당 시장이 매년 6.8%씩 성장해 오는 2032년에는 855억3000만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여성 패션 매출 성장세(5.1%)보다 높은 수치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남성복 매출이 전년보다 5.7% 늘었으며 롯데백화점 역시 남성 패션 매출이 5% 증가했다.
패션에 대한 남성 고객들의 인식이 변화하자 업계 전략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투박한 정장 위주의 라인업을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여성복 브랜드와 같이 고객 취향이나 스타일링을 강조하는 추세다. 생활문화기업 LF가 전개하는 남성복 브랜드 히스헤지스는 2025 FW(가을·겨울) 시즌부터 뉴욕 기반 차세대 디렉터 벤자민 브라운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하고 브랜드 재단장에 나섰다. 기존 헤지스의 클래식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 웨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고하우스의 테일던도 송중기, 정해인 등 톱배우들의 스타일링을 책임져온 스타일리스트 박태준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이를 통해 기존 남성복의 틀에서 벗어난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패션기업 입장에서도 이 같은 수요 변화는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한다. 국내 패션 시장이 수년째 역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남성복은 상대적으로 성장 여력 높은 영역으로 평가된다. 기존 여성 중심 소비 구조에서 벗어나 남성까지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관련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패션 시장 규모는 16조7530억원으로 5년 전인 2020년(12조4210억원에서) 대비 약 34.9% 확대됐다. 업체는 해당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18조6671억원 규모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남성 고객 수요가 확대되면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남성복 시장이 일부 전통 브랜드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트렌디한 스타일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 라인을 강화할 경우 소비자 접점이 확대되는 효과도 따라오기 때문에 업계 전반에서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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