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SKY·인서울 대학’ 보장하는 건 아냐”… 변수용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가 본 ‘영어유치원 열풍’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대학 입시를 향한 긴 여정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영어를 익혀놓은 뒤 사립초→국제중(혹은 국제학교)→자사고·특목고를 거치면 대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부 학부모들 사이 퍼져 있다. 영어유치원을 표방하는 곳들은 스스로 “엘리트 교육 코스의 출발점”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전일제(종일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다니면 서울 주요 4년제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질까. 변수용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육정책학과 교수(사진)는 지난달 27일 화상 인터뷰에서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정책과 불평등 등의 문제에 천착해온 그는 2013년 당시 초등 5학년이던 학생 5705명을 추적 조사한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자세한 분석 결과는 이달 출간될 그의 책 <대한민국 엘리트 교육 코스-영어유치원에서 명문대까지>에 담겨 있다.
변 교수는 “영어유치원을 나온 학생들의 서울 주요 대학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나 출신 고교 등이 동일한 학생만 놓고 보면 영어유치원 졸업 여부는 이른바 ‘스카이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과 ‘인서울 대학’ 진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했다.
변 교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서 시작돼 사립초와 국제중, 자사고·특목고로 이어지는 코스를 이탈하지 않고 소화한 학생이 분석 대상 570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변 교수는 “국제중 등 이른바 엘리트 교육을 하는 중학교의 비율이 매우 적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고교 이전까진 대중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했다.
반면 전체 고교의 10%가량인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적용하면 해석이 조금 달라졌다. 변 교수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영어유치원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일반고보다 특목고·자사고에 갈 가능성이 3.3배 더 높았다. 변 교수는 “영어유치원이 엘리트 교육 코스의 첫 단추로서 영향력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변 교수는 사교육 경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한국 교육은 어느 정도 열려 있는 체제여서 모두가 경쟁을 할 수 있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다수가 사교육에 뛰어드는 구조”라는 점을 짚었다. 그는 “부모 배경 등이 상위 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적”이라고 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성적을 올리는 데 보탬이 되는 사교육 수강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뿐, 상위 학교 진학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녀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고교와 학원을 다닌 뒤 서울대에 진학한 것이 대표 사례다. 변 교수는 “한국 대학은 미국처럼 부모가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자녀에게도 같은 대학 입학을 허용하진 않는다”며 “성적이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기준처럼 인식되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에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교육비처럼 막대한 가정의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교육부가 1일 내놓은 영유아 사교육 대책에 대해 변 교수는 “영유아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 맞지만 규제 중심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변 교수는 “영어 능력이 학교 내신과 수능뿐 아니라 대학 입시와 취업 시장에서도 이점을 제공하기에 많은 부모가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에 투자한다”며 “단순한 규제나 단속만으론 조기 영어 교육 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원진·김송이 기자 one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특수부대 수백명 투입·이란군과 이틀간 ‘격렬 교전’···긴박했던 실종 미군 구출작전
- [단독]캄보디아 교도소에 ‘제2 박왕열’ 있다···“대량 마약 국내 유통, 송환 여러 번 좌절”
- [단독]‘이재명 망했다’던 유튜버 성제준, 음주운전 송치···면허정지 처분도
- 손흥민, 생애 첫 한 경기 4도움 폭발…에이징커브 논란 소속팀서 단번에 잠재웠다
- 대기권서 소멸했나···아르테미스 2호 탑재 국산 초소형 위성, 끝내 교신 실패
- [단독]서울시, 공무원 ‘자기돌봄 특별휴가’ 연 1일 추진···“번아웃·공직 이탈 막는다”
- [속보] 트럼프 “이란과 협상중···6일까지 합의 가능성”
- ‘세계 3대 디자인상’ 구두수선대·가로판매대 온다···서울시, 16년 만에 전면 개편
- [영상]걷는 빨래 건조대인 줄…세상에 없던 ‘이상한 로봇’ 등장
- ‘안젤리나 졸리 딸’ 샤일로가 K-팝 댄서로?···다영 뮤직비디오 티저 깜짝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