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1억 원’ 양식장 펌프 고철로…어민들 한숨만

KBS 지역국 2026. 4. 1. 20:1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 광주] 제가 나와 있는 곳은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완도군입니다.

이곳은 어린 전복을 생산하고 있는 한 양식장입니다.

전복은 따뜻한 수온에 종자를 키워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정부 보조 사업으로 설치된 히트펌프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한 대 1억 원에 달하는 이 장비가 어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그 속사정을 추적합니다.

새벽부터 전복 종자를 생산하는 양식장에서는 청소가 한창입니다.

양식장 수조에는 히트 펌프로 데워진 따뜻한 바닷물이 다시 채워집니다.

바닷물의 온도는 15도 이상, 전복 종자 생산에 적합한 수온인데, 이렇게 물을 데우는 히트펌프의 가격은 대략 1억 원입니다.

정부 보조 사업으로 국비와 지방비 8천만 원, 어민들도 2천만 원가량을 부담했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전복, 광어, 새우 등 완도군의 종자 생산 어가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물을 끌어 올려 물에 있는 열을 흡수한 뒤 압축기로 온도를 높이고, 그 열로 물을 데워 다시 수조에 전달하는 구조입니다.

[최안일/한국전복종자협회장 : "(전복 치패) 유생을 산란하기 위한 온도가 어느 정도 수온이 올라가야 하는데 바다 수온이 겨울에는 6도, 7도밖에 안 나옵니다. 수온에 인위적으로 히트펌프를 써서 온도를 한 15도~18도까지 올려 전복 유생을 뿌려야만 정상적으로 안착이 돼서 성장하게 되는..."]

처음에는 절반 이상 줄어든 전기료 덕분에 어민들의 기대도 컸지만, 설치 1년 만에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열교환기에서 미세한 금이 가면서 바닷물이 새고, 그때마다 용접했지만 더 이상 용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피해 어민/음성변조 : "(제조사) 자기네들이 하는 게 아니라 용접 전문사를 데리고 와요. 그분이 이제 설명을 해주는 거죠. "사장님 이거 더 이상 용접하면 안 됩니다. 어차피 터져요.""]

수온은 일정하지 않고, 심지어 펌프 안에 있는 기름이 양식장으로 새어 나와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일부 어민들은 기름보일러를 다시 가동하기도 하고, 5개월에 대당 천만 원을 들여 다른 회사 히트펌프를 임대해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 어민/음성변조 : "저희는 전기보일러하고 임시 조치로 지금 기름보일러를 다시 쓰고 있죠."]

문제의 제조사가 2020년부터 4년 동안 전남지역 양식장에 납품한 히트펌프는 36대, 사업비만 39억 원입니다.

이 가운데 단 4대를 제외하곤 모두 고장 났고, 사실상 고철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제조사는 3년 전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AS를 중단했고, 그 후로 휴업 상태입니다.

[최안일/한국전복종자협회장 : "(해당 업체) 사장님이 직접 "우리 제품이 결함으로 만들어졌다"고 인정했어요. 그리고 자기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회사 능력이 안 되니까 "우리는 AS 못 해주겠다" 그리고 "교환도 못 해주겠다" 이제 그렇게 된 상황이에요."]

어민들의 피해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발주처인 농어촌공사도, 품질보증을 맡은 한국농기계협동조합도 해법이 없습니다.

조합 측은 냉매와 온도 센서를 어민들이 임의로 교체하거나 변경했다며 보증 책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장 원인이 어민들에게 있다는 건데 어민들은 설비를 임의로 변경하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최안일/한국전복종자협회장 : "어민들이, 어가들이 무슨 전문 지식이 있어서 가스를 바꾸고 팽창변(온도센서)을 옮기겠습니까? 우리가 무엇을 알고, 전문 엔지니어도 아닌데..."]

한국농어촌공사도 2023년이 돼서야 해당 업체의 입찰 참여를 제한했을 뿐 어민들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가 해마다 3백억 여 원의 사업비를 투입하고 있지만 책임 있는 사후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완도군이랑 전남도에 같이 건의를 좀 해가지고 지금 피해를 보고 있는 분들한테 어떻게든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은 좀 만들어져야 될 것 같습니다."]

수년 전부터 제기된 기계 결함 문제, 그럼에도 같은 장비가 어가에 계속 보급됐다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를 알고도 외면했다면, 발주처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국, 이익은 일부 업자에게 피해는 어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습니다.

제도의 허점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KBS 지역국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