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약 복용' 후기 썼다가…마약수사 대상 된 여성들
[앵커]
생리통이 심한 여성들에게 일본 쇼핑리스트 중 하나인 유명 진통제가 지난해 국내 반입이 금지됐습니다. 약에서 향정신성 성분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약을 먹고 블로그에 후기를 써놨던 여성들이 갑자기 수사대상이 됐습니다.
무슨 일인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우는 아이 달래는 이 부부는 지난해 8월 어느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아이가 막 백일 됐던 시점.
아침 나절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A씨/30대 직장인 : 내가 아이 우는데 변호사 구한다고…전화 거의 1시간 받았거든요.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질 뻔한 거예요.]
평범하게만 살았던 30대 직장인,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지난 2024년 블로그에 진통제 후기를 쓴 게 문제였습니다.
[A씨/30대 직장인 : 동생한테 선물 받았던 약이라서 내돈내산으로 썼던 후기인데…]
유명한 일본산 진통제.
생리통에 효과 좋은 약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확인됐고 지난해 4월 국내 반입이 금지됐습니다.
경찰은 인지수사에 나섰고 오래 전 블로그에 진통제 후기를 쓴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30대 직장인 : 최대한 빨리 올수록 저희한테 유리하대요. 백일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휴게소에서 수유하면서…]
불법 약품이 되기 이전 일이지만 따지지 않았습니다.
백일 아기를 데리고 사는 곳에서 인천까지 차로 3시간을 가야 했습니다.
[A씨-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 (영상녹화)/피의자신문조서 (2025년 8월) : 저 전화 한 통화만… {네. 하셔도 돼요.} 여보세요? 아기 자? 나 아직 (조사)받고 있어. 차 안에서 아기 자고 있는 거야? 많이 울었어?]
4년 전인 2022년 블로그에 진통제 후기를 쓴 20대 취업준비생도 있었습니다.
[B씨/20대 취업준비생 : 인천검찰에서 서울남부검찰로 넘어갔다가 보완수사 요청이 내려져서 인천경찰에 갔다가 동작경찰로 갔다가…]
면접 준비할 때마다 마음 졸였습니다.
[B씨/20대 취업준비생 :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형사님은 '잘못한 거 없잖아요? 그냥 기다리세요'라고…]
JTBC 취재 결과 인천경찰청은 A씨 등 141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습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검찰에서 기소유예를 받았습니다.
혐의가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습니다.
일부 검찰은 관세청이 최근에 이르러서야 반입을 금지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불기소했습니다.
같은 검찰청 소속 두 검사가 각각 기소유예와 불기소를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는 사이 당사자들은 무섭고 혼란했습니다.
[성인욱/변호사 (법무법인 서헌) : 사건이 계속 남아있는 것 자체가 일상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마약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사를 해서 처벌을 해야…]
그런데 정작 재래시장에 버젓이 이 약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C상가 : 비정상으로 들어온 거야. 온라인으로 팔면 안 되는 거야. {오프라인 판매는 되는 거예요?} 비공식 파는 거지.]
[D상가 : {어떻게 들여오는 거예요?} 영업 비밀을 다 얘기해야 해? 그런 건 공짜로 안 가르쳐주는 거예요.]
쫓아야 할 현장은 가지 않고 애꿎은 사람들만 불러들였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이번 수사로 법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의약품 성분의 홍보가 필요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사건 피의자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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