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삶의 이유였던 우리 아가, 미안해”

김귀임 기자 2026. 4. 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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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서 참변 초등생 애도 물결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일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피해 학생 아버지가 추모를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꼭 지켜주겠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1일 오후 3시께 울산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고(故) 이모 양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다가도, 착하고 밝았으며 친구들에게 늘 먼저 다가갔다면서 딸의 생전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갔다"라며 "'우리 애가 사고 났대, 가봐'라는 아이 엄마의 전화를 받았는데, 그때만 해도 무릎이 까진 정도로만 생각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30살에 결혼해 3년 만에 얻은 소중한 아이였다. 혹여 부모 사랑을 빼앗길까 동생은 싫다던,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아이들이 자신의 딸과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는 사유지라 도로교통법에서 정한 '12대 중과실'로 처벌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차량 후진 등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차량으로 다친 사고가 주변에 많다. 우리 아이와 같은 상황을 막을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전했다.

이날 빈소에는 오전 9시께부터 친인척과 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빈소 내 영정사진 앞에는 젤리와 과자, 인형 등이 가득 놓였고, 조문객들은 "사랑스럽고 총명했던 아이", "남달리 똑 부러졌던 천사", "똘똘이" 등으로 회상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빈소 앞 근조화환에는 '사랑하는 ○○아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기를' 등이 적혀있기도 했다.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일 북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피해 학생 친구들이 추모를 하고 있다. 최지원 기자

사고 현장에도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현장 앞 나무 화단에는 아이가 좋아했던 과자와 막대사탕, 초콜릿, 젤리, 꽃다발이 산처럼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같은 초등학교, 같은 반이던 학생 2명은 하얀 국화를 놓으며 "친구야, 아프지마"라고 속삭였다.

중구에서 찾아왔다는 한 학부모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진다. 부디 남은 가족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라며 "아파트 단지 내 교통사고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초등학생인 이 양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 5분께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양은 도로변에 정차한 학원 차량에서 내린 뒤 차량 주위를 돌아 왕복 2차로 도로 맞은편으로 건너가려 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차량인 SUV 운전자에 대해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혐의 적용 검토 등 신중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라며 "또 학원 차량 운전자에 대해서는 하원하는 아동 안전을 위해 '동승자가 탑승했는지' 여부 등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