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유발 단백질’ 왜 쌓이나 했더니...돌연변이로 ‘뇌 청소 시스템’ 고장
돌연변이가 리소좀 분해 과정 방해...‘독성 타우’ 제거 안 돼
‘자가포식–리소좀 경로’ 손상...단백질 분해 기능 약화
약물 투입했더니 타우 줄어...신경세포 ‘자가포식’ 활성 증가

타우(Tau)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원인으로, 특정 유전적 돌연변이가 신경세포의 단백질 분해 시스템 자체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두측두엽치매(FTD)를 일으키는 MAPT 유전자 돌연변이가 '자가포식-리소좀' 경로를 교란해 타우 분해를 방해한다는 사실이 인간 신경세포 모델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경로를 약물로 강화했을 때 세포 내 타우 축적이 일부 줄어드는 현상도 관찰돼 퇴행성 뇌질환 치료 전략으로 주목된다.
◆ 美 연구팀, 전두측두엽치매 원인 'MAPT 변이' 실험 분석
미국 워싱턴의대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해 전두측두엽치매(FTD) 원인 돌연변이인 'MAPT p.R406W'를 가진 신경세포를 만들고, 타우가 세포 안에서 어떻게 분해·처리되는지 분석했다.
타우는 MAPT 유전자가 암호화하는 미세소관 결합 단백질이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타우 구조가 변형되고 과인산화가 촉진된다. 타우병증(Tauopathy)으로 불리는 신경퇴행성 질환에서는 과인산화된 타우(pTau)가 뇌에 쌓여 신경세포 기능을 손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상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의 노화 문제인지, 타우 자체의 이상 때문인지는 그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일종의 '뇌 청소 시스템' 역할을 하는 리소좀(Lysosome)이다. 리소좀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소기관으로, 신경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연구팀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 신경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NGN2 유전자' 기술을 적용해 약 7일 만에 비교적 균일한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을 만들었다. 이 세포들은 14일이 지나자 MAP2, β-tubulin III 등의 신경세포 표지자를 발현하며 성숙한 뉴런의 특성을 보였다. 이후 연구팀은 리소좀 표지 단백질인 LAMP1을 기준으로, 타우의 세포 내 위치와 형태를 초고해상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분석 결과, 정상 신경세포에서도 타우는 리소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하지만 타우의 상태에 따라 리소좀 내 위치가 달랐다. 일반 타우는 주로 리소좀 내부 깊숙이 자리했다. 리소좀 내부는 강산성 환경으로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반면 병리적 변형이 일어난 인산화 타우는 리소좀 안으로 충분히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쪽 막 주변에 더 많이 머물러 있었다.
수치로도 차이가 드러났다. 관찰된 LAMP1 양성 리소좀 중 약 70%는 일반 타우가 없는 상태였다. 반면 인산화 타우가 존재하지 않는 리소좀은 약 40.7%에 불과했다. 인산화 타우가 리소좀 내부로 유입되지 못한 채 주변부에 오래 체류하면서 정상적인 분해 과정에서 잘 제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어 MAPT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세포와 유전자 교정을 통해 정상화한 동질 유전 배경의 대조 세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는 전체 타우와 인산화 타우가 모두 유의하게 증가했다. 인산화 타우 대 전체 타우 비율도 대조군보다 크게 높았다. 240개 세포를 분석한 결과에서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타우 증가가 생성 속도 변화 때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안정동위원소 표지 동역학(Stable Isotope Labeling Kinetics)' 분석도 진행했다. 그 결과, 타우 생성 속도는 돌연변이와 정상 세포 간 차이가 없었다. 리소좀과 프로테아좀 분해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약물(Bafilomycin A1, MG132)을 처리했을 때도 두 군 간 타우 생성량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타우 축적의 주요 원인이 생성 증가가 아니라 분해 장애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리소좀 내 타우 분포 또한 차이를 보였다.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는 리소좀 내부에 존재하는 타우 비율이 69.6%로, 정상 세포의 19.4%를 크게 웃돌았다. 인산화 타우가 리소좀 막에 분포한 비율 역시 70.3%로 정상 세포의 26.2%보다 증가했다. 또 타우가 전혀 없는 리소좀의 비율은 정상 세포에서 68.7%였지만,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는 3.6%에 불과했다. 돌연변이 타우가 리소좀의 정상적인 분해 과정 자체를 방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 어떤 유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RNA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를 다시 검토했다. 분석 결과, 세포 안에서 단백질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자가포식–리소좀' 경로와 관련된 유전자들이 전반적으로 정상 상태와 다른 패턴을 보였다.
특히 리소좀 내부의 산성 환경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복합체(vATPase), 자가포식 관련 유전자, 세포 내 소포를 운반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 등이 대체로 감소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단백질 분해·처리 시스템이 약화된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포 구조에서도 이상이 관찰됐다.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는 LAMP1 양성 리소좀의 개수와 부피가 모두 증가했다. 분해되지 못한 물질들이 안에 쌓여 리소좀이 부풀어 오른 것으로 해석된다. 리소좀 형광 염색(LysoTracker) 분석에서도 리소좀의 크기는 커졌지만 형광 강도는 오히려 약해진 모습이 나타났다. 리소좀 내부의 산성도가 떨어지면서 단백질 분해 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리소좀의 위치와 이동 방식도 차이를 보였다. 정상 신경세포에서는 리소좀이 세포체 주변과 신경 돌기 사이를 활발하게 이동한다. 반면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는 리소좀이 세포체에서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몰려 있었다. 실시간 세포 영상 분석에서도 리소좀의 이동 거리와 속도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세포 내부 물질을 운반하는 소포 수송 시스템, 특히 미세소관을 따라 이동하는 세포 내 운반 경로가 손상됐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됐다.
◆ 약물 투입했더니 타우 줄어...신경세포 '자가포식' 활성 증가
연구팀은 망가진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약물로 되돌릴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분자 화합물인 'G2-567'을 투입했다. 이 약물은 세포의 자가포식 활동을 끌어올리는 촉진제로, 헌팅턴병 단백질이나 특정 이상 단백질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선행 연구에서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에서는 돌연변이 신경세포와 정상 신경세포 모두에 세포 분화 7일째부터 14일간 이 약물을 처리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 전체 타우와 인산화 타우 수준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한 타우가 없는 리소좀의 비율도 32.8%에서 67.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던 리소좀의 크기도 정상 세포 수준으로 회복됐다.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이 쌓일 때 증가하는 지표 단백질(p62)도 돌연변이 신경세포에서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자가포식 활성 지표인 CYTO-ID와 LC3B 신호 역시 증가해 약물의 효과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결과는 서로 다른 두 명의 환자 세포주에서 동일하게 재현됐다.
다만 리소좀 내 위치나 이동성은 약물 투여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오히려 중요한 단서로 삼았다. 리소좀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수송 결함'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분해 결함'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송 결함을 해결하지 않더라도 자가포식 경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타우 축적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MAPT 돌연변이가 타우 구조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의 단백질 분해 시스템 자체를 교란한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며 "자가포식 경로를 강화하는 치료 전략이 타우 항상성을 회복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Source
Mirfakhar, F.S., Marsh, J.A., Sato, C.et al.A pathogenic Tau mutation drives autophagy-lysosome dysfunction that limits Tau degradation in a model of frontotemporal dementia.Nat Commun17, 269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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