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6조2000억원 추경, 고유가 파고를 넘는 든든한 방파제
중동에서 들려오는 포성은 먼 나라의 소식이 아니다. 집 앞 주유소의 가격표를 바꾸고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며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드는 경고음이다. 중동전쟁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정부는 이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고, 민생 타격을 막기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다. 이번 추경은 고유가 대응,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 등 세 가지 핵심 과제에 역량을 집중했다.
첫째, 총 10조1000억원을 투입해 전 국민·서민층·취약부문을 아우르는 3중의 고유가 대응 안전망을 두껍게 구축했다.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안정을 위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재원을 보강하고, ‘산업의 쌀’인 나프타 수급 안정에 필요한 지원도 확대했다. 아울러 생활 속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K패스 환급률을 늘려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무엇보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해 ‘형편이 어려울수록, 지방일수록 더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되,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구 등에 우선 지원되도록 했다. 아울러 등유·LPG 바우처와 농어민 유가연동보조금도 확대해, 기름 한 방울에 생계를 건 이웃들의 고단함이 줄도록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를 메우겠다.
둘째,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해 2조8000억원의 민생 예산을 투입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기본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드림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위기 소상공인의 재기를 돕기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원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도 대폭 늘린다. 구조적 어려움이 가중된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회복-성장-도약’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일자리 지원 체계도 강화한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유망 창업가 300명을 오디션 방식으로 발굴·지원하고, 구직 단념 청년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해 취업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농축수산물과 영화·공연·숙박·휴가 할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민생 현장에 활력을 더하겠다.
셋째,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가 공급망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2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7조1000억원의 정책금융을 추가 공급하고, 수출 바우처를 두 배로 늘려 물류비 부담을 덜겠다.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에는 저금리 정책자금 등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나아가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 재생에너지 설비 등 탄소중립 투자를 가속화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석유와 희토류 등 핵심 자원 비축을 확대해 견고한 경제 방파제를 구축하겠다.
이번 추경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증시와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확보된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했다. 특히 재원의 일부를 국채 상환에 투입해 국채시장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적극 재정 → 경제 성장 → 재정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기반을 강화했다. 또한 지방교부세(금)를 9조4000억원 확대해 지방정부가 민생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투자 재원도 확충했다.
이번 추경은 ‘적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착수 19일 만에 편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속도감 있는 집행’이다. 국회의 신속한 예산심의와 지방정부의 협조를 부탁드린다. 고유가라는 거센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 시름 대신 희망이 남을 수 있도록, 국민 곁에서 끝까지 발맞춰 함께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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