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흩어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보람이죠”

“재난을 경험한 청년들이나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손을 잡으려 합니다.”
다음달 설립 8년을 맞는 4·16재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재난 피해 청년과 그 형제자매들이 사회에서 삶을 이어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시민 후원을 받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난 참사 관련 엔지오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주는 ‘더살림 인턴쉽 사업’과 예술이나 여행 등 취미 활동 비용을 지원하고 진로 상담과 멘토링도 하는 ‘더살림 꿈응원 사업’ 두 프로그램이다.
이달까지 모두 416명의 후원자(정기후원 월 5만원 이상, 일시 후원 100만원 이상)를 모으는데 현재 130여명이 참여했다. 사업은 오는 6월부터 우선 10개월 동안 시행한다.
지난달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재단 사무실에서 박래군(사진) 운영위원장을 만나 사업 취지 등에 대해 들었다.
재난 피해자의 형제자매들 응원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 이끌어
정기후원 등 416명 후원자 모아
NGO 인턴십·취미 활동 등 지원
“은둔 생존자·가족 끌어내려는 노력”
인권재단 사람 이사,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이사장도 맡고 있는 박 위원장은 올해로 39년 차 인권운동가다. 친동생 박래전 열사가 5·18 진상 규명을 외치며 분신한 1988년 인권운동에 입문했다. ‘겨울꽃’ 같던 동생을 잃은 그는 그해 이소선 어머니 제안으로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에서 의문사 가족들의 투쟁을 도우며 인권운동의 길로 나아갔다.
12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엔 세월호참사국민대책위를 만들어 대표 격인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냈고 2018년 4·16 재단 창립을 주도해 이사와 상임이사로 6년 일했다.
“동생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잃은 유가족”인 그는 재난 희생자의 형제자매가 겪는 고통에 대해 먼저 말했다. “우리는 유가족 하면 부모들만 생각해요.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도 형제자매들에겐 ‘엄마 아빠가 힘드니 잘해드려라’고만 합니다. 사실 그들도 (희생자와) 몇십년을 같이 살았어요. 그런데도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스스로 억압합니다. 표출하지 못하고 감춰야 합니다.”
그는 참사 생존자와 형제자매들이 재난을 마주할 때 고통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고 했다. “세월호 이후에도 이태원이나 제주항공 등 대형 참사가 끊이지 않았어요. 그 생존자와 형제자매를 보면 자기들끼리 모여도 재난은 일종의 금기입니다. 기억하면 힘드니까 피하려고만 해요. 마주할 수 있어야 이겨내는 힘을 갖추는데요. 그렇지 않으면 병이 됩니다.”
재난을 겪고 아예 은둔하거나 심지어 자해를 시도한 형제자매들도 있단다. “세월호 가족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형제자매들이 어딜 가서 단원고 출신이라고 말을 못 한다고 해요. 사회적 낙인이 찍히니까요. 주변에 또 혐오적인 이야기도 많으니 자칫 싸움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숨게 되는 거죠.”
‘기억의 수호자’ 캠페인은 결국 숨거나 숨으려 하는 참사 생존자와 형제자매들을 사회 속으로 끌어내려는 노력이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 부모 7명이 재난안전 전문가 과정을 수료해 강사로 활동한다면서 형제자매들에게도 이런 활동으로 이어질 기회가 주어졌으면 했다. 아울러 이번 사업이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2021·9명 사망)같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재난 참사 생존자와 형제자매들에게 더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만 해도 재단이나 4·16연대 같은 단체가 있어 형제자매들에게 조금이나마 지원을 하고 이태원도 유가족협의회가 있어 형제자매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광주 학동 참사 같은 작은 재난은 아예 방치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전국적인 차원의 시민사회 대책위가 꾸려져 대응한 첫 재난 참사이다. 박 위원장은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를 이끌다 생애 다섯번째 구속을 당했다.

지난 12년 한국 사회가 더 안전해졌냐고 하자 그는 “여전히 재난 대응 체계가 허술하다”면서 국회 행안위에 올라 있는 ‘생명안전기본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고 했다. “시민 사회와 정부가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룬 법안인데요. 행안위 소위 심사가 늦춰지고 있어요.”
생명안전기본법안은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명시하고 재난 참사에 대한 독립적인 상설 조사 기구를 두고, 안전영향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 등이 뼈대다. 재난 피해자들이 진실 규명을 요구하거나 애도나 추모할 수 있는 권리도 갖게 했다.
“독립적인 재난 조사 기구를 상설로 운영해야 조사 역량이 축적됩니다. 안전영향 평가는 법령을 만들거나 정부나 지자체가 어떤 사업이나 정책을 할 때 안전을 후퇴시키는지를 환경 평가처럼 앞서 심사하자는 것이죠.”
그는 궁극적으로는 “민과 관이 협치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민·관이 협의해 예방책을 만들고 점검도 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만 해도 민·관이 미리 대응 계획을 세우고 역할 분담을 해 인력 동원 등을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재난 대응을 잘하는 나라들을 보면 민·관이 함께 포럼을 해 대응 계획을 세우고 훈련도 해서 매뉴얼을 만들더군요.”
그는 “앞으로 기후위기와 결합한 재난이 더 빈번해지고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예상한 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민·관 협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대형 산불에 광주광역시에서는 전례가 없는 홍수가 있었어요. 기후위기와 연결된 이런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수 있는 뭔가를 지금 부지런히 만들어야 하는데요. 지금 정부 등을 보면 재난 예측에 에이아이 기술을 활용한다는 등 기술적인 보완만 이야기합니다.”
자신도 민주화 과정에서 동생 잃어
“재난 마주할 때 고통 이길 힘 얻어”
지난 12년 인권운동가 박래군에게 ‘세월호 참사’는 삶의 큰 축이었다. ‘세월호 인권 활동’에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일이 뭐냐고 하자 그는 “4·16 연대(2015년 설립)나 재단을 만들어 유가족이 흩어지지 않게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점”이라고 답했다.
“다른 참사 피해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입니다. 이 덕에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이 계속 뻗어나갈 수 있는 거죠. 내년에 단원고 가까운 곳에 ‘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서는데요.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인권운동의 길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1929~2011) 선생이라고 했다. “이소선 어머니에게서 많이 배웠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낙천주의가 대표적이죠. 인권운동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좋은 일로 찾아 오는 사람은 없고 항상 억울한 일로 찾아옵니다. 그들에게 ‘내가 네 편에 서줄게’라는 신뢰를 줄 때 그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어요. 신뢰를 줘야 그다음부터 뭐라도 할 수 있어요.”
부모의 영향은 없냐고 하자 이런 말을 했다.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줬습니다. 아버지는 성실한 분이셨죠.”
후원 문의:(031)405-0416,후원 계좌: 국민은행 226401-04-346585 4·16재단.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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