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철환칼럼] 변호사의 통화녹음 파일 압수는 위법

위철환 2026. 4. 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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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환 변호사

"피고인과 상담한 변호사가 변호 활동 과정에서 피고인과 통화한 녹음 파일을 압수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민원인은 2023년 9월 8일 저녁 무렵부터 지인인 피해자와 함께 대전 유성구 소재 주점에서 술을 마신 후 2023년 9월 9일 03시경 위 주점을 나와 인근 모텔에 함께 투숙하였는데. 민원인은 위 모텔 안에서 자신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피해자와 성관계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함으로써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2차례에 걸쳐 민원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포렌식하였다. 수사기관은 1차 압수 절차에서 피해자를 촬영한 동영상 사진 파일로 압수할 물건을 한정해 영장을 발부받아 포렌식을 진행했으나 피해자가 촬영된 동영상이나 사진 파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수사관은 민원인과 변호사 사이의 통화녹음 파일을 발견했는데 그 속에는 민원인이 피해자를 촬영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다. 수사기관은 녹음 파일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녹음 파일을 압수했다. 이후 검사는 녹음 파일을 근거로 변호사와 통화했으며 그 변호사는 상담만 한 뒤 사건 수임은 거절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민원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등 죄명으로 기소되었다. 사실심 재판에서 민원인은 공판기일에 출석해 통화녹음 파일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동의했고, 재판부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민원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위 사건은 상고 되었고, 대법원은 2026년 2월 26일에 선고한 2025도4422호 사건에서 원심이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인 전주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통화녹음 파일은 피고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 교환 등이 포함된 것으로서 이를 압수한 것은 피고인의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위법의 정도가 무겁다. 그러므로 그러한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없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일 내린 2024모730 결정에서 피의자·피고인과 변호인 사이에 생성된 형사사건에 관한 법률 자문 서류 등에 대한 압수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피의자·피고인이 압수를 승낙한 경우, 변호인이 피의자·피고인의 위법행위에 관여한 경우 등 중대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압수가 허용되나 이 사안은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 통화녹음 파일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즉 수사기관이 1차 압수 시 압수할 물건에 포함되지 않았던 통화녹음 파일을 소지·보관하여 수사에 사용하려 한 조치가 위법했다. 결국 압수한 녹음 파일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의 위법 수집증거에 해당한다. 뒤늦게 법원으로부터 2차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했다거나 피고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더하여 통화녹음 파일에 터 잡아 이후 수집된 2차적 증거들 모두 위법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다.

살피건대,변호사비밀유지권(변호사비닉특권, attorney client privilege)은 2026년 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지난 2월 19일에 공포되었으며, 부칙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2027년 2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위 법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상담내용과 관련 자료를 함부로 들여다보거나 압수할 수 없도록 거부권을 명문화하였고, 변호사와 의뢰인이 법률 조력을 목적으로 주고받은 비밀스러운 의사소통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위해 작성한 서류나 수사·조사 대비 문건 등 자료도 비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또 현재의 의뢰인뿐만 아니라 의뢰인이 되려는 자와의 상담내용까지 보호범위에 포함된다.

위 대법원 판결은 개정된 변호사법의 취지와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명시된 변호인의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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