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故 김창민 감독, 그리고 나나

윤인수 2026. 4. 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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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은 한 영화감독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 앞서 10월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고 김창민 감독이다. 만 40세 김 감독은 ‘그 누구의 딸’과 ‘구의역 3번 출구’ 등 독립영화 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보다 미래가 창창했던 한 영화인의 사망과 장기기증 보도로 사회에 잔잔한 감동이 일었고 영화계와 팬들이 추모했다.

미담으로 남을 뻔한 김 감독의 사망이 잔혹극으로 변했다. 뇌출혈은 지병이 아니라 폭행의 결과였다. 쓰러진 그날 새벽 김 감독은 아들과 함께 심야식당을 찾았다가 옆 테이블 손님들의 집단 폭행으로 의식을 잃었다. 언론은 사건으로 대서특필했다. CCTV가 기록한 현장의 영상은 집단폭행 치사의 명백한 증거로 충분해 보인다.

경찰이 가해자 무리 중 2명에게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도 처음엔 가해자 중 1명만 특정해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가해자를 2명으로 늘렸다. 영상 증거를 봤다면 경찰이 가해자를 1명만 특정하고,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할 사건이 아니다.

유족들이 처음 사건을 빼고 단순 부고를 올린 건, 고인의 명예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눈앞에서 아버지의 마지막을 목격한 아들을 위한 자제였을 테다. 진실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전적으로 사법당국에 일임하고 유족의 품위를 의연하게 지킨 것이다. 유족들은 지금 경찰의 부실수사에, 법원의 기계적 관용에 분노한다.

가수 나나가 21일 남양주지원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해 11월 자택에 침입한 흉기 강도를 어머니와 함께 제압해 경찰에 넘겼다. 어머니가 중상을 입었다. 적반하장, 범인이 나나에게 흉기 피해를 당했다 고소했고, 나나가 무고죄로 역고소했다. 법원은 나나의 증인 출석을 강제했다. 법률대리인의 변론으로도 재판이 가능할 텐데, 판사는 굳이 강도와 피해자를 마주보게 한다.

옆에서 보면 비극인 인생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 된다. 법원은 높은 법대와 법문 너머 멀리서 사건을 본다. 그 탓에 피해자의 비극이 부단히 전복된다. 치사 가해자들이 활보한다. 고 김 감독의 명예는 훼손됐고, 아들 병명이 공개되고, 유족의 고통은 세속의 관심사가 됐다. 증인 출석을 앞둔 나나의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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