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보내면 300만원 증발”…유학생가족 ‘귀국 고민’
원·달러환율 1500원…유학 부담↑
국외 교육기관내 한국인 반토막
말레이 등서 귀국 행렬 이어질듯
알리 등 직구 플랫폼도 직격탄

미국에서 두 아들을 유학시키고 있는 A(46) 씨는 최근 2년간의 로스앤젤레스(LA) 생활을 마치고 홀로 귀국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 씨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후반일 때와 비교하면 지금 3000만 원을 송금받을 경우 약 2000달러, 한화로 30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며 “우선 아이들만 현지에 두고 먼저 귀국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해외에 유학생을 둔 가족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학은 물론 해외 직접구매 등 달러가 필요한 일상적 경제활동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을 오가면서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귀국을 선택하는 해외 유학생 가정이 늘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은 12만 9726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의 21만 4696명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 난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2020년 19만 4916명으로 처음 20만 명 아래로 내려온 뒤 최근에는 10만 명대 초반까지 줄어든 상태다. 특히 국가별 비중을 보면 달러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은 34.5%에서 33.3%로, 캐나다는 8.7%에서 8.1%로 각각 낮아져 북미권 유학생 감소가 두드러졌다.
원화 약세의 여파는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달러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주요 통화 대비 약세가 두드러지자 말레이시아·호주 등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덜하다고 여겨졌던 유학지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두 아들을 유학시키고 있는 B 씨는 “2년 전만 해도 말레이시아 링깃 환율이 200원대 후반이었는데 지금은 3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며 “2000만 원을 한국에서 말레이시아로 송금하면 2~3개월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750만 원 정도를 손해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가성비’ 때문에 말레이시아 유학을 선택했는데 원화 약세로 그 장점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주변에서도 최근 세 가족이 귀국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유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환율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너무 커졌다” “환율이 380원 수준이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고환율 충격은 해외 직구 시장에도 그대로 번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대표적 해외 직구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올 2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648만 1164명으로 전년 동기(691만 853명)보다 6.2% 감소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원화 결제 시 해외원화결제(DCC)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달러로 직접 결제하는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같은 기간 아마존익스프레스는 11.7%, 몰테일은 14.6%, 크로켓은 28.6% 각각 이용자가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MAU는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실제 이용한 사용자 수를 뜻하는 핵심 지표로 이 수치가 줄었다는 것은 해외 직구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고환율 흐름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와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고환율 기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고유가 장기화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달러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향후 이란 사태의 전개와 국제유가 흐름이 글로벌 외환시장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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