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책] ④ 고립·은둔 청년, 더는 혼자 아니다

박범준 기자 2026. 4. 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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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용기 얻은 청춘들, 다시 세상 밖으로

인천 청년 5%, 4만명 고립·은둔 상태
취업 문제 24.1%…대인 관계·건강 원인

청년미래센터, 체계적 상담·회복 지원
지난해 20명 공공기관·기업 인턴 채용

외로움돌봄국, 상담콜·가치가게 운영
'예방~돌봄'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
▲ 지난해 12월11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시민과 함께하는 외로움 돌봄 공동체 조성을 위한 '외로움 대응단 발대식'에서 유정복 시장과 공무원, 시민 등 참석자들이 희망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1. 서울 명문대 석사 과정을 마친 A(28·여)씨는 취업 실패를 거듭하며 자존감이 크게 낮아졌고, 결국 대인 관계를 회피하게 됐다. 인천시 청년미래센터는 상담을 통해 A씨에게 심리·자존감 회복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힐링 프로그램과 지속적 상담을 병행하며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도록 규칙적 생활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동일 분야에서 눈높이를 낮춘 취업을 제안했고 이에 A씨는 관련 분야에 취업해 경력을 쌓았다. 이후 1년간의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강화한 A씨는 결국 희망하던 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2. B(33)씨는 약 1년간의 제조업 생산직 근무 경험이 있으나 이후 장기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으며 사회적 고립 상태에 빠졌다.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하는 등 무기력한 생활이 이어졌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청년미래센터 문을 두드린 B씨는 심층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점차 취업 의지와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진로 상담사 추천으로 일자리 박람회에 참여해 기업 인사 담당자들과 직접 소통했고, 이를 계기로 식품회사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청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자신의 꿈과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청년이 많을수록 나라의 장래는 밝아진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쉬고 있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일부는 자존감 저하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위기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인천 고립·은둔 청년 4만명 육박

1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인천지역 인구는 305만1961명으로 이 중 19~39세 청년은 79만595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5%인 3만9797명이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의 고립 원인은 다양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3년 고립·은둔을 경험한 청년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응답자 2만1360명), 가장 큰 이유는 직업 관련 어려움(24.1%)이었다. 이어 대인 관계(23.5%)와 가족 관계(12.4%), 건강 문제(12.4%) 순으로 나타났다.

시는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청년미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보건복지부 공모 사업에 선정된 센터는 미추홀구 경인로 229 인천IT센터 10층에 들어섰다.

센터에서는 초기 상담과 정서 회복, 일상 회복·관계망 형성, 가족 회복, 진로 탐색·사회 진입 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우선 사업 안내·홍보와 유관기관 연계, 온오프라인 신청으로 지원 대상을 발굴하고 초기 상담을 통해 고립·은둔 원인과 욕구 파악에 주력한다. 이어 고립 정도에 맞춰 자기 회복과 관계 회복, 역할 확장에 이르는 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는 260명을 상담해 214명을 전담 사례 관리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중 20명은 심리 지원과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거쳐 자신감을 회복한 뒤 일 경험 사업에 참여해 공공기관과 기업 등에 인턴으로 채용되는 성과를 거뒀다.

시 관계자는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은 마음의 문을 여는 초기 상담부터 정서 회복과 일상생활 회복, 관계 형성, 사회 참여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며 재은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 지원과 사후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외로움돌봄국, 전 세대 통합 대응

외로움은 특정 연령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외로움 대응단을 발족한 데 이어 올 1월 외로움돌봄국을 공식 출범시키며 청년·중장년층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외로움 통합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1인 가구 증가로 외로움 문제는 더욱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가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기준 인천지역 1인 가구는 41만1532가구로 전체 126만8133가구의 32.5%를 차지한다.

국 단위 조직인 외로움돌봄국은 기존에 분산돼 있던 노인과 청년, 1인 가구, 자살 예방 정책을 하나로 묶어 외로움 예방부터 발굴, 연계, 돌봄까지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 사업은 '24시간 외로움 상담콜'이다.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위기 대응 창구로 상담 과정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정신건강·복지 자원으로 즉시 연계된다.

옛 파출소 건물을 활용한 '마음지구대'는 카페형 공간과 상담실, 소모임 활동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유도한다. 시 관계자는 "상담받기 위해 찾아오는 장소가 아니라 머물다 보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아이 링크 컴퍼니(Link Company)'는 고립·은둔 청년과 중장년이 출퇴근과 과제 수행, 소통을 경험하도록 설계된 가상회사다. 취업 지원이나 상담보다 참여자가 다시 사회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상점과 연결한 '가치가게'는 사회 활동이 끊긴 이들이 소규모 과제나 일상 훈련에 참여해 받은 포인트를 지역 음식점이나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마음라면'은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식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정복 시장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외로움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외로움 테스트·상담·모임…지역사회 연결 가교

남동구 '마음지구대' 운영 본격화…복지 사각지대 참여 유도

▲ 지난달 24일 인천 남동구 마음지구대 개소식에 참석한 유정복 시장, 박종효 남동구청장 등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일보DB

시민들의 사회적 고립감과 외로움을 덜어주는 '마음지구대'가 인천지역에 문을 열고 본격적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개소한 마음지구대는 남동구 백범로 180에 있는 옛 파출소 건물(연면적 244㎡)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급격한 사회 변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심화하는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인천시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인천지역본부, 만월종합사회복지관이 협력하는 등 민관이 함께 사회적 위험 요인인 외로움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3층 규모로 운영되는 마음지구대 1층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소통 공간으로 조성됐으며 2~3층은 올 하반기부터 상담실과 자조 모임실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인천시민 누구나 방문해 외로움 자가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고립 위험군을 진단하고 예방한다.

아울러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외부에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커피 등 간단한 음료 제공 ▲맞춤형 프로그램 제공 ▲상담 연계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대상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

마음지구대가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는 1호점 개소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 마음지구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외로움 돌봄 거점 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정복 시장은 "앞으로도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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