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잔혹사' 재현? 주가 급등락 삼천당, 신용·계약·공시 '3중 리스크'
15조 매출 주장·마일스톤 1500억 해석 충돌
전인석 대표 2500억 블록딜에 투자자 '의문'
고발 실현될 경우 계약·특허 검증 리스크 확대

삼천당제약이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지 나흘 만에 하한가를 기록했다. 차익 실현 매물 계약 내용에 대한 실망감 대주주의 대규모 지분 매각 예고 온라인 의혹 확산이 같은 날 맞물렸고 장 마감 후에는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까지 뒤따랐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구성하는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와 쟁점별로 정리했다.
① 급등의 배경: 어떻게 시총 1위까지 올라갔나
삼천당제약 주가는 2025년 말 23만2500원에서 출발했다. 1월 일본 다이치산쿄 에스파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고 2월에는 유럽 소재 글로벌 제약사와 영국 등 11개국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공시했다. 3월 19일에는 경구용 인슐린 후보물질 임상 1·2상 시험계획서를 유럽 식약처에 제출했다는 공시가 나오며 이튿날 주가가 14% 상승했다. 3월 20일 에코프로를 밀어내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라선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그러나 주가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과 시총 사이의 간극은 컸다. 회사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18억원 영업이익은 85억원 수준으로 급등한 시총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월 27일 기준 PER은 4959배로 동종 업종 평균 112배를 크게 웃돌았다. 주가가 현재 실적이 아닌 미래 기대감에 의존하고 있었고 이 구조가 이후 취약성의 배경이 됐다.
② 3월 24일: 블록딜 예고와 '중대한 소식'
3월 24일 전인석 대표는 보유 중인 보통주 26만5700주를 4월 23일부터 5월 22일까지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약 2500억원이다. 같은 날 전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매각은 세금 납부를 위한 결정으로 경영권은 확고하다"고 밝히며 "며칠 내 회사 체급을 바꿀 중대한 소식을 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메시지는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 상승을 이어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증여세 연부연납 제도가 존재함에도 고점에서 대규모 현금화를 선택한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납세 방식 선택은 유동성 상황 세율 구조 지분 희석 여부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으로 블록딜 선택이 곧 고평가 인정을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③ 3월 30일: 주총·계약 공시와 실망감
3월 28일 장중 123만300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뒤 3월 30일 주주총회가 열렸다. 전 대표는 주총에서 S-PASS 기술의 1·2·3세대 개발 현황을 발표하며 경구용 인슐린부터 항체의약품 백신까지 경구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장 마감 후에는 미국 파트너사와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독점 계약이 공시됐다.
공시된 계약 구조는 총 마일스톤 1억 달러로 단계별 개발 및 허가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구조다. 수익 배분은 삼천당제약 90% 파트너사 10%로 제품 첫 판매일로부터 10년간 유지된다. 계약 상대방은 파트너사 요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발표 내용에 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일스톤 1500억원을 계약의 전부로 해석하는 시각이 확산되자 회사는 "실제 매출은 계약 기간 동안 약 15조원이며 이 매출 순이익의 90%를 수령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추가적 설명에도 시장의 반응은 회복되지 않았다. 15조원 규모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수치라는 점에서다. 지난 2024년 기준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글로벌 연간 매출은 약 17조원 수준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임상 단계 허가 변수 유통 구조를 고려하면 현실화 가능성을 판단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계약서에는 파트너사가 예상 매출의 50%를 일정 기간 내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삼천당제약이 계약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파트너사는 상업화가 과학적 또는 상업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90일 사전 통보 후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같은 날 모 블로거는 포털사이트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삼천당제약의 과거 계약이 중단됐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주가 폭등이 '작전'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④ 3월 31일: 하한가와 공시 리스크 부각
3월 30일 공시된 계약 내용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가 확산되면서 31일 장 초반부터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됐다. 전날 기준 2098억원 규모 신용융자 잔고가 쌓여 있었고 주가 하락과 함께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되며 하락 압력이 확대됐다. 삼천당제약은 전 거래일 대비 29.98% 하락한 82만9000원으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삼천당제약을 8.94% 편입한 TIME 코스닥액티브 ETF도 6.81% 하락했다.
같은 날 삼천당제약은 블로거 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고발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대응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블로거 역시 반박 입장을 내며 갈등이 이어졌다.
장 마감 이후 한국거래소는 삼천당제약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통보했다. 지난 2월 6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관련 중요 정보를 공시 전에 보도자료로 배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벌점이 8점 이상이면 매매거래가 1일 정지될 수 있고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1년 누적 벌점은 0점이다.
⑤ 검증이 필요한 핵심 쟁점
하한가 기록 이후 시장의 관심은 세 가지 쟁점에 집중되고 있다.
첫째, S-PASS 기술 특허 이력이다. 국제 특허 출원 과정에서 진보성 부족 의견을 받고 자진 취하했다는 주장이 온라인상에서 제기됐지만 회사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둘째, 경구용 인슐린 임상 일정의 현실성이다. 현재는 시험계획서 제출 단계이며 승인 이후 연내 결과 도출 계획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셋째, 미국 파트너사의 실체와 15조원 매출 전망의 근거다.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주요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회사가 예고한 고발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상황은 단순한 온라인 논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계약 구조 매출 추정 방식 파트너사 관련 정보 등 핵심 사업 내용이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사 측이 주장하는 사업 전망과 계약 조건이 외부 검증 절차에 직접 노출되는 구조가 된다.
실제 바이오 업종에서는 유사한 흐름이 반복돼 왔다. 신라젠은 과거 경영진과 관련한 의혹 제기와 공매도 논란 속에서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섰으나 이후 수사와 거래 정지로 이어지며 논란이 장기화된 바 있다. 헬릭스미스 역시 임상 데이터 논란 과정에서 의혹 제기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거나 일부 진행했지만 오히려 임상 실패와 정보 공시 문제가 부각되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에이치엘비 또한 간암 치료제 허가 기대와 관련한 과장 논란 속에서 시장과 충돌하며 조사와 검증 요구가 이어진 사례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삼천당제약 측에 S-PASS 특허 이력과 미국 내 15조원 매출 전망의 산출 근거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마일스톤=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진입 허가 상업화 등 단계별 성과를 달성할 때마다 지급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총 계약금과 달리 조건 충족 시에만 지급되며 실제 수령액은 달라질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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