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보유 1.7만채 대출 막혀…서울·수도권 급매 쏟아질까
계약 끝날때까지 연장
17일부터 만기연장 원칙적 불허
수도권 올 1.2만가구 규제 대상

오는 17일부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올해 수도권에서만 1만2000가구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이들 매물이 차례로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일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을 활용한 투기 수요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부동산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1만7000가구가 규제 대상이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아파트는 약 1만2000가구다. 서울 전역과 과천 광명 등 경기 12개 지역인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아파트는 7500가구로 추산된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일단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날 기준 유효한 임대차 계약이 있으면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16일까지 묵시적으로 갱신되는 계약과 7월 31일까지 끝나는 계약에 대해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새로운 계약 종료일까지 만기 연장을 인정한다. 투기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는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규제 가능성을 열어뒀다.
17일부터 주담대 연장 불허…매물 출회로 집값 하락 유도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후 '매물 잠김' 사전 차단도 기대

금융당국이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기로 한 것은 대출로 다주택을 유지하기 힘들게 해 해당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세입자가 있는 집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임차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 장치로 풀이된다. 올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1만2000가구 가운데 7500가구(62.5%)가 서울 및 수도권 규제지역에 몰려 있어 현금 동원력이 있는 실수요자에게는 매수 기회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만기 시 원금 상환해야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주택자·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 아파트 담보대출은 오는 17일부터 만기 연장이 어려워진다. 은행권 준비와 차주의 혼란을 막기 위해 약 2주간 유예기간을 뒀다.
지금까지는 임대사업자의 경우 최초 3~5년 만기로 대출을 받은 뒤 1년 단위로 만기가 돌아오면 재심사를 거치더라도 관행적으로 연장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았다. 앞으로는 이런 여지가 사라진다. 만기 시점이 오면 원금을 상환해야 해서다. 여의치 않으면 주택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예외 조치도 마련됐다. 대책 발표 당일인 1일 기준 유효하게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예컨대 지난달 31일 전세계약을 맺어 2028년 3월 31일이 만기라면 해당 기간 내에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다만 현재 2년 임대차계약은 인정하더라도 그 뒤 갱신청구권까지 반영해 4년을 모두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묵시적 갱신 역시 예외로 인정한다. 묵시적 갱신은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과 세입자가 별도로 종료나 조건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대책 시행일이 17일인 점을 감안해 전날인 16일까지 성립하는 묵시적 갱신은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미 자동 연장 절차에 들어간 계약은 새로 연장된 계약 종료일까지 대출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는 얘기다.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때는 4월 1일 기준 4개월 이내인 7월 31일까지 끝나는 임대차계약에 한해 만기 연장을 인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기준선을 7월 말로 잡은 것은 대책 발표 직후 만기가 임박한 계약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계약이나 매매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계약까지 일률적으로 막으면 세입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매도 압박 커지는 다주택자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에 따라 단기적으로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음달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절세 목적의 급매물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다음달 10일 이후 ‘매물 잠김’을 일부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체 규제 대상 1만7000건 가운데 올해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수도권 다주택자 주택은 1만2000가구다. 이 중 62.5%인 7500가구가 중과세 적용을 받는 규제지역에 몰려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대출 만기 때 현금 상환이나 매각 부담이 커지면서 현금 여력이 약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 낀 매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임대차계약이 내년 12월 끝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 주택은 원래 실거주 의무 때문에 내년 8월께부터 거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가 올해 12월까지 매수하면 실거주 의무가 임대차 종료 시점까지 유예돼 매물이 연내 출회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에게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주택자의 매도 압박은 커지지만, 무주택자 역시 강한 대출 규제에 묶여 있어 결국 자금 여력이 충분한 실수요자만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미현/박시온/이유정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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