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임대 절반은 월세…전세 '악마화' 주거비 부담 키운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한경비즈니스 외고 2026. 4. 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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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주택 임대 시장이 급격하게 월세화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1분기 47.9%에 달한다. 작년 1분기 42.4%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5.5%포인트나 월세 비중이 올라간 것이다. 아파트 두 채 중 거의 한 채는 월세로 거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빌라나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 비중은 1년 전에 비해 더 높아지고 있다. 2025년 1분기에 72.0%였던 것이 올해 1분기에는 75.9%까지 높아져 3.9%포인트 뛰었다. 임대 거래 4건 중 3건 이상이 월세 거래이고 전세 거래는 1건 미만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임대 거래 중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비아파트가 아파트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속도는 오히려 아파트가 더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전세로 임대를 하였을 때보다 월세로 임대를 하였을 때 얻는 기대 수익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4억원이라는 같은 자본금으로 임대업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A 씨는 이 돈으로 전세 3억원이 낀 5억원짜리 집 두 채를 살 수 있다.

반면 B 씨는 같은 자금을 가지고 월세 보증금 1억원이 낀 5억원짜리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A 씨는 직접적인 월세 수입은 없지만 두 채에 대한 집값 상승 기회를 노린 투자가 되는 것이고 B 씨는 한 채에 대한 집값 상승 기회와 월세 수입을 노린 투자가 된다.

월세 전환, 임대인·임차인 모두 밀어낸다

이 때문에 집값 상승 기대가 높은 시절에는 A와 같은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고 집값 상승 기대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B와 같은 사람이 늘어난다. 최선의 투자 수익을 찾으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은 이런 전통적인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 ‘다주택자 압박’으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이라는 변수가 강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다주택을 유지하는 경우 세금이 과거보다 더 많이 늘어나니 전세를 낀 두 채보다 월세를 낀 한 채가 더 낫겠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월세 수입을 통하여 늘어나는 보유세를 지불할 재원이 확보된다.

이런 이유로 주택 시장에서 자기 집을 전세로 주려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 고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전세로 계약하고 싶지만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월세, 정확히는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부 월세로 몰리는 것이다.

 

위 표는 서울 지역의 임대 매물 수를 시기별로 정리한 것이다. 2025년 11월을 정점으로 임대 매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25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개월 동안 서울 전세 매물은 평균 2만4145채였고 월세 매물은 1만9667채였다. 그런데 올해 3월에는 전세든 월세든 매물 수가 급감했는데 월세는 20% 줄어든 반면 전세는 이보다 더 많은 30%나 줄어들었다. 시중에서 전세 매물이 마르고 있다는 말이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는 임차인(세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몇 년 전부터 세입자에게 가장 영향을 끼쳤던 요소는 전세사기 이슈였다. 본인의 애써 모은 전세금이 전세사기 때문에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퍼지면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택한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 시장보다 비아파트 시장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아파트 시장의 경우는 (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전세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매매가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전세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비아파트 시장은 이것이 어렵다. 아파트 시장보다 비아파트 시장은 거래도 많지 않고 다양한 평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전세로 살아야 하는 주택의 시세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다가구주택의 경우는 한 집에 여러 가구가 세를 들어 살기 때문에 다른 세입자가 언제 얼마의 보증금으로 입주했는지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 악성 임대인이 맘먹고 속이려 든다면 세입자는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하겠다.

비아파트 임대 시장에서 네 채 중 세 채 이상이 월세로 거래되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전통적으로 아파트 임대 시장은 전세가 주류를 이루지만 비아파트 시장은 월세로 거래됐다.

그런데도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런 전세사기 문제보다는 전세 대출이 과거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 취득하는 아파트에는 전세자금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세입자의 전세 대출금이 집주인의 매수 자금으로 활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결국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이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전세로 입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택 임대 시장이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혼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을 꼽자면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는 다주택자 압박으로 인한 전세 기피 현상을 꼽을 수 있고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서는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문제, 아파트는 전세자금대출 제한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월세 33% 급등, 세입자 허리띠 졸라맨다

그러면 주택 임대 시장에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한마디로 주거비의 상승이다. 세입자의 입장에서는 전세로 계약하는 경우 목돈만 있다면 매월 월세를 낼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금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싼 주거 형태가 전세이다.

하지만 월세로 계약하는 경우는 보증금이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은 있지만 매월 일정액을 임대인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본인 소득의 일정 부분을 집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본인의 자산 형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며 더 나아가 생활비 압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통계에서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을 100으로 봤을 경우 2026년 2월의 수도권 전세 지수는 91.9에 그치고 있다. 2022년 1월에 비해 오히려 전세가 8.1% 내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올해 2월의 수도권 월세 지수는 133.3이다. 전세가 8.1% 내리는 동안 월세는 33.3%나 올랐다.

KB국민은행의 관련 통계가 처음 시작된 2015년 12월부터 따져봐도 수도권 전세 가격이 20.0% 오르는 동안 월세 가격은 무려 46.3%나 올랐다.

전세가 몇천만원 또는 몇억원 올랐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세입자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지만 따지고 보면 그 돈은 언젠가는 돌려받을 돈이다. 세입자가 추가로 지불하는 부담은 상승분에 대한 금융비용뿐이다.

하지만 월세의 경우는 돌려받지 못하는 비용이다. 전세보증금에 비해 소액으로 보일지라도 매월 슬금슬금 본인의 주머니 사정을 좀먹는 보이지 않는 부담이다.

전세는 악이고 월세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월세보다는 전세 거주가 주거비 부담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에서 임대 시장을 월세 위주로 몰아가는 것은 ‘주거비 상승’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잉태하는 것이다.

전세가 좋은 사람은 전세를, 월세가 좋은 사람은 월세를, 그리고 매매가 좋은 사람은 매매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이라 하겠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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