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접수한 ‘꿈의 망원경’…이제 반도체서도 신시장 연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4.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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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근 토모큐브 대표 인터뷰]
홀로토모그래피 3D기술로
세포·조직 손상없이 찍어줘
세계최고·유일한 장비 보유
박용근 토모큐브 대표가(오른쪽 둘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과 3차원 이미징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박 대표는 살아 있는 세포와 조직을 염색하지 않고도 3차원(3D)으로 관찰하고 정량 분석할 수 있는 ‘홀로토모그래피’ 분야를 개척했다. [KAIST]
“기존의 현미경이 세포의 ‘겉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것이라면, 저희 기술은 세포 내부를 ‘수학적’으로 재구성해 살아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세포의 물리적 특성에 따른 굴절률을 계산해 3차원(3D) 영상으로 만드는 이 ‘빛의 수식’은 이제 바이오 연구실을 넘어 반도체 검사 계측 라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토모큐브 본사에서 만난 박용근 대표(KAIST 물리학과 교수)는 직접 사옥 곳곳을 안내했다. 토모큐브는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와 신규 사업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현재의 대규모 공간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아직 장비가 채워지지 않은 채 탁 트인 넓은 공간들도 있었다. 박 대표는 “여기는 앞으로 매출 신장을 위한 양산 인프라가 될 곳”이라며 “단순히 장소를 넓힌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표준이 되기 위한 하드웨어를 먼저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홀로토모그래피(HT) 기술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는 ‘3D 라벨프리’ 정밀 영상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벨프리는 세포나 조직에 형광 염색을 하지 않고 관찰·분석하는 방식을 뜻한다. 세포를 죽이거나 변형시키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한 것이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함께 복도를 걷던 박 대표가 한 구역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보안문을 세 번이나 거쳤다. 박 대표는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반도체 검사 계측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보안에 크게 신경썼다”고 말했다.

문이 열리자 베일에 싸여 있던 첨단 검사 장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인 ‘유리기판(TGV)’ 내부의 미세 크랙을 빛의 굴절로 잡아내는 샘플 테스트가 진행 중이었다.

유리의 투명한 특성상 기존 현미경으로는 결함을 찾기 어렵지만, 토모큐브의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은 이를 100 나노미터(nm) 단위의 오차까지 계산해낸다. 엑스레이(X-ray) 방식은 속도가 느리거나 해상도의 한계로 양산 라인 적용에 한계가 있다. 박 대표는 “앞으로 반도체 부문이 전체 매출 성장의 가장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유리기판 결함 찾아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러브콜
박 교수는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인공지능(AI)과 결합해 자동 분석·세포 분류·가상 염색 기술로 확장했으며,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기반 신약 탐색과 디지털 병리, 정밀의학 연구로 응용 범위를 넓혔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바이오포토닉스 분야 세계 최고 권위상인 ‘마이클 S. 펠드 바이오포토닉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토모큐브는 이 같은 초격차 기술력을 기반으로 2015년 설립됐다. 2024년 11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자체개발한 장비를 50개국 200여 개 연구실에 공급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1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0% 성장했다. 영업적자는 약 36% 줄었다. 이는 상장 당시 시장에 제시했던 가이던스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기술의 상업적 생존력을 현장에서 입증한 박 대표는 “바이오 연구용 장비 시장에서 얻은 신뢰가 이제 반도체라는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제약업계의 ‘동물실험 폐지’ 추세는 토모큐브에 거대한 기회가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신약 허가 시 동물실험 자료 의무 규정을 삭제하며 오가노이드가 대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올해 출시할 ‘HT-X1 맥스’는 관찰 한계를 기존 150마이크로미터(μm)에서 최대 3배 성능을 높여 두꺼운 오가노이드 내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장비다. 이미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를 신약 개발 표준 장비로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외산 장비를 대체하는 국산화에 머물지 않겠다”며 “새로운 분석 시장 자체를 창출하고, 전 세계 연구자와 엔지니어들이 가장 먼저 찾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고재원 기자]

실시간 세포 이미징 장비인 ‘토모큐브 HT-X1(왼쪽)’가 포착한 초기 마우스 배아세포 사진(오른쪽). 세포나 조직에 형광 염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세포를 죽이거나 변형시키지 않는 것이 다른 글로벌 경쟁사 장비들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토모큐브]
박용근 토모큐브 대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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