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이자 장사 벗고 일상으로"… 은행, 이젠 배달·택시·쇼핑까지 넘본다
택시·모빌리티 협업 확대… 이동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강화
디지털자산·블록체인까지 시야 확장… 비이자 수익 모델 전환 속도

은행권이 예대마진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활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모빌리티·쇼핑 등 비금융 영역과의 결합을 확대하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금리 사이클 변화와 대출 규제, 핀테크와의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은행의 사업 모델 자체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최근 하나은행이 공공 배달앱 '먹깨비'와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이다.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결제 데이터를 금융과 결합해 지역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디지털 자산·블록체인 영역까지 사업 확장을 모색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빌리티·유통까지 확장… 일상 속으로 들어간 금융
은행권 협업은 단순 제휴를 넘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가 더 이상 지점이나 앱에 머무르지 않고 고객의 일상 동선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양상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KB국민은행이 티맵모빌리티에 투자해 차량 이동 데이터를 금융과 결합하는 모델 구축에 나섰다. 주행거리와 운전 습관 등을 반영해 보험료 산정이나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 역시 택시 플랫폼과 협력해 운전자 대상 대출·정산·보험을 결합한 서비스를 추진하며 이동 데이터 금융화 흐름에 합류했다.
유통 영역에서도 협업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온라인 판매자 대상 선정산·운영자금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Npay 머니 우리통장'을 통해 결제와 예치 기능을 결합했다. 결제 흐름이 곧 금융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NH농협은행은 농업·유통과 금융을 결합한 고유한 모델을 기반으로 지역 커머스와 금융을 연계하는 로컬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다. 정책금융 기능을 병행하며 안정성에 방점을 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이 은행을 찾는 구조에서 '은행이 고객이 머무는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통신·포인트 결합… 가속화되는 금융의 비금융화
비금융 영역과의 융합도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통신, 포인트, 커머스 등 다양한 데이터가 금융 서비스와 결합되며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희석되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을 통해 통신과 금융을 결합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CJ ONE 포인트와 연계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 데이터를 금융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땡겨요'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 주문 서비스를 넘어 소상공인의 매출·정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과 금융을 연결하는 데이터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행보를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및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며 관련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실험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 디지털자산 수탁 인프라 구축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BNK금융지주와 iM금융지주,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등과 금융권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완료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 및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예금토큰)을 토대로 해외송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플랫폼 전략 다변화… 은행별 '생존 방식' 갈린다
플랫폼 전환 과정에서 은행별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금융·쇼핑·콘텐츠를 결합한 슈퍼앱 전략을 강화하며 자산관리 전반을 포괄하는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SOL' 앱을 기반으로 외부 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핀테크·데이터 기업 투자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하는 연결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과 공급망 금융 중심의 기업간거래(B2B) 플랫폼 구축에 집중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X)을 추진하는 동시에, 농산물 유통과 지역 경제 데이터를 금융 서비스와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 은행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 경쟁에 대응하면서 향후 성과에 따라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아닌 데이터"… 은행 경쟁의 축 이동
이 같은 변화는 수익 구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이 확대되며 실적이 개선되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결제·플랫폼·데이터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은 비이자이익 확대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플랫폼 산업 특성상 '승자독식'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이용자 기반과 데이터 축적에서 우위를 확보한 소수 은행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테크 관점에서도 은행을 단순한 안정 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플랫폼 전환에 성공한 은행은 금리와 무관한 수익원을 확보하며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지만, 경쟁에서 밀릴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은행 산업의 미래는 대출 규모가 아니라 고객의 일상 데이터를 얼마나 선점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의 경쟁력은 금리가 아니라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현재 은행 간 경쟁이 아닌 플랫폼 기업 간 경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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