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황금 동상 세워진 47층 도서관 건설…"10억 달러 모금하자"
예술센터부터 지폐, 공항에도 '트럼프'
판사 "대통령은 백악관 관리자일 뿐"

예술센터부터 공항, 도로, 심지어 화폐에까지 '트럼프' 이름을 새겨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이 커다랗게 박힐 초고층 도서관 조감도를 공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른 자기 과시 행보로 시작했던 백악관 연회장 개축 공사는 법원 판결에 막혀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둘째 아들 에릭 트럼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엑스(X)에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을 소개하는 2분짜리 영상을 처음 공개했다. 에릭은 "이 랜드마크는 놀라운 인물이자 뛰어난 개발업자,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을 기리는 영원한 기념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게재했다.
인공지능(AI)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 퇴임 이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도심에 지어질 초고층 빌딩을 묘사하고 있다. 도서관 건물 내에는 백악관을 본뜬 공간들과 함께 지난해 카타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보잉747기가 전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치켜든 모습의 거대한 황금 동상이 연단 위에 세워진 모습도 보인다. 건물은 '제47대 대통령' 의미를 담아 47층으로 지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외관에는 '트럼프'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새겨질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지 평가부터 보험, 건축, 시공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해 연간 비용이 2027년 기준 5억600만 달러(약 7,600억 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기간은 4~5년가량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 재단은 2027년 말까지 프로젝트 비용 충당을 위해 약 1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모금할 계획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게시글에 재단에 기부할 수 있는 링크를 함께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시작 이래 미국 내 많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국립 문화 센터인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가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건물 외벽에 트럼프의 이름을 새겼다.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USIP) 이름도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바뀌었고,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에는 '도널드 J 트럼프 대로'가 생겼다.
계획된 것도 많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은 7월부터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 국제공항'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미 재무부는 올해 여름부터 발행되는 달러 지폐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넣겠다고 밝혔고, 미국의 차세대 해군 전함에도 '트럼프'라는 이름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링턴 국립묘지에 파리의 개선문을 본뜬 건축물을 짓고 그 이름을 '아크 드 트럼프'라고 붙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명명 집착'에 대해 "트럼프는 역사가 자신의 두 임기를 평가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웅장한 건축 프로젝트로 주변 경관을 바꾸려는 집착이, 민주주의를 경멸하고 독재자를 숭배하는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징후라고 주장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 자신을 위한 기념비(monument)"라고 자랑했던 대표적 건축 프로젝트는 31일 법적인 장벽에 부딪혔다. 리처드 레온 워싱턴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집착하고 있는 '황금으로 가득한' 백악관 연회장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하라며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의 관리 책임자이지, 주인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판사가 틀렸다"며 "계속 건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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