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왕국 붕괴에서 흑사병까지…종말은 어떻게 새 세계를 열었나
![지구 종말 시계 지난 1월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미국 핵과학자회의 '지구 종말 시계'(The Doomsday Clock)가 자정 85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1/yonhap/20260401173559006otxm.jpg)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아포칼립스', 즉 세상의 종말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거대한 파괴와 죽음, 고통을 떠올린다. 생명체가 사라지고 폐허가 된 도시, 폭력 혹은 절망이 지배하는 암흑의 시대를 상상한다.
그러나 과학 저널리스트 리지 웨이드는 신간 '아포칼립스'에서 인류 역사 속 아포칼립스는 끝이 아니라 변화였다고 단언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고향을 잃고, 유행병으로 주변 사람이 모두 죽고, 위대했던 도시가 전쟁으로 무너지는 등 그것은 대부분 절대적으로 끔찍한 일이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이동하고, 적응하고, 변화해 결국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아포칼립스를 거의 모두 겪어보았을 뿐만 아니라, 항상 이기고 살아남았다. (중략) 아포칼립스는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켰다. 모든 사람이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의 전문기자인 저자는 최신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과거에 발생한 아포칼립스의 실제 모습이 어떠했는지, 사람들이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것이 남긴 유산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저자가 정의하는 아포칼립스는 '한 사회의 생활 방식과 정체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급속하고 집단적인 상실'이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아포칼립스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러한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고수하던 기존의 생활 방식을 버리고 근본적으로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경직되고 억압적인 위계 구조가 해체되고 더 유연하고 평등한 새로운 사회가 태동하기도 했다.

이집트 고왕국과 흑사병이 창궐했던 중세 시대 런던의 사례도 그중 하나다.
이집트 고왕국은 피라미드를 건설할 만큼 부유하고 복잡한 사회였다. 계급사회였던 이곳에서 왕은 신의 지위에 올랐고, 사람들은 통일된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불평등과 엄격한 사회적 역할을 감수했다.
그러나 긴 가뭄으로 강이 마르고 농경지가 사막으로 바뀌면서 먹을 것이 부족해졌고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사회를 지탱하던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나라가 붕괴돼 독립적인 작은 지역들로 해체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것과 완전히 다른 가치 체계와 정치 이념이 부상했다. 이제 지역의 지도자들은 신성이 아니라 백성을 보호하는 행동을 통해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쟁취하고 계속 정당화해야 했다.
중앙집권국가의 구속과 요구가 없어지면서 지역의 평민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억압됐던 창의력이 폭발했다.
중세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60%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회를 복구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나갔다. 지배층은 이전의 억압적인 사회체제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노동자들은 과거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다.
고고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흑사병 이후 노동계급의 건강과 불평등이 극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책은 아포칼립스로 구체제의 결점이 드러나고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진 사례들을 다양하게 다룬다.
저자는 기후변화, 점점 극단적으로 변하는 정치, 경제적 불평등, 전염병 등이 한데 섞여 우리 시대의 아포칼립스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아포칼립스를 이미 겪었으며, 지금은 알 수 없는 그 충격파가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아포칼립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본다.
저자는 아포칼립스와 거기에 수반되는 온갖 끔찍한 일들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아포칼립스가 가져다주는 기회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포칼립스라는 렌즈를 통해 인류 역사를 바라보면, 우리 과거가 비극, 상실, 개인적 고통과 집단적 고통 앞에서 생존, 변화, 재창조를 이룩한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미래에도 역시 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김영사. 김승욱 옮김. 452쪽.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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