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짜장면 먹는 대학생들…"오늘은 만우절이니까요"

이수 2026. 4. 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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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우절에 고려대·이화여대 가보니
1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 / 영상=이수 기자

"탕수육 중자 하나랑 짜장면 두 개요."

1일 낮 12시30분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은 축제가 열린 듯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학 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은 학생들은 교복을 입은 채 짜장면을 먹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고려대에서 매년 열리는 이른바 '중짜(중앙광장에서 짜장면 먹기)' 만우절 이벤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민서 씨(23)는 "만우절에는 꼭 친구들과 중앙광장에 모여 짜장면을 먹는다. 가능하면 교복을 챙겨 입으려 한다"며 "어느새 4학년이 돼서 교복을 입고 짜장면을 먹는 것도 이번이 네 번째"라고 말했다.

1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 / 사진=이수 기자


쌀쌀한 날씨 탓에 학생들은 교복 위에 이른바 '과잠'(과 점퍼)을 걸친 모습이었으나, 다른 대학의 점퍼를 입은 학생도 쉽게 눈에 띄었다. 김 씨는 "다른 대학 친구와 과 점퍼를 바꿔 입는 것도 만우절 문화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타 대학 점퍼를 입은 최준우 씨(22)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교복을 처분해 입지 못했다. 대신 연세대 친구와 점퍼를 바꿔 입었다"고 했다.

최 씨의 동기 김지성 씨(22) 역시 "현재는 고대생이지만 이전에 한양대에 재학한 경험이 있어 한양대 과 점퍼를 입고 나왔다"고 말했다.

예비군은 군복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이민준 씨(24)는 "군필자들 사이에서는 교복 대신 군복을 입는 것이 만우절 문화"라며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오전 10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먼저 온 학생이 꽤 많았다"고 했다.

1일 방문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 / 사진=이수 기자


같은 날 방문한 이화여자대학교에서도 교복 차림의 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정문 인근에서 만난 최하원 씨(21)는 "1학년 후배들과 '단체 사진 찍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교복을 맞춰 입고 모였다"고 밝혔다.

ECC 계단에서는 각기 다른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중어중문학과 새내기들이 사진과 영상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7명 모두 중어중문학과 새내기"라며 "과 단체 채팅방을 통해 만우절에 교복을 입고 올 사람을 모았다. 각자 졸업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온 것"이라고 전했다.

1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 사진=이수 기자.


졸업을 앞둔 고학번 대학생들에게도 만우절은 특별한 의미였다. 본관 앞에서 만난 이혜인 씨(25)는 "곧 졸업이라 교복을 입고 캠퍼스에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처음으로 챙겨 입었다"며 "수업이 끝나면 이 차림 그대로 술집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생은 교복을 입고 캠퍼스를 누비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억을 쌓았다.

한편 만우절은 가벼운 거짓말이나 장난이 용인되는 날로 매년 4월 1일이다.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16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560년대 프랑스인들은 춘분제 마지막 날인 4월 1일에 선물을 교환하며 신년 잔치를 벌였다.

전환점은 1564년이었다. 당시 프랑스 국왕 샤를 9세(Charles IX)가 달력 계산법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변경하며 신년의 시작을 1월 1일로 바꿨다. 그러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이들은 여전히 4월 1일에 새해 인사를 나눴다. 이를 본 사람들이 4월 1일이 마치 신년 축제인 양 장난을 친 것이 오늘날 만우절의 시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만우절은 한때 공권력 낭비의 주범으로 꼽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쏟아지는 악의적인 장난 전화가 사회적 골칫거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허위 신고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성숙해진 시민 의식과 더불어 강화된 처벌 수위가 실효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112·119 허위 신고 시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112는 재작년 6월부터 과태료 상한액이 기존 6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8배 이상 상향됐으며, 119 역시 2021년 관련법 개정으로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사안에 따라서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엄벌주의 기조 속에 구태의연한 거짓말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대학생들의 '깜찍한 반전'이 채우고 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강의실을 찾거나 타 대학 점퍼를 입고 활보하는 모습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일상의 재미를 찾는 새로운 '캠퍼스 낭만'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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