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산분리 완화로 M&A에 ‘돈 줄’…韓은 ‘카드만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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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자금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행 일본 은행법은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 기본자본(Tier1)의 25%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향후 M&A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환 계획과 건전성 유지 등을 전제로 이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도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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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대출 규제 동시 완화…사실상 금산분리 완화 수순
韓은 논의만 반복…제도 개선 지연에 ‘제자리걸음’

일본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자금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금산분리 규제에 묶인 채 제도 개선 논의만 반복하며 실질적 대응은 더딘 모습이다. 일본은 발 빠르게 ‘돈줄’을 열고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당국은 은행 그룹의 투자 자회사가 상장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령 개정에 착수했다. 기존에는 은행 건전성 유지를 이유로 투자 대상이 비상장 벤처기업이나 구조조정 기업 등으로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경영진 인수(MBO)나 사업 분할·독립 등 구조 개편 과정에서 상장사 투자까지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현행 일본 은행법은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을 은행 기본자본(Tier1)의 25%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향후 M&A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상환 계획과 건전성 유지 등을 전제로 이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도 허용할 방침이다. 사실상 M&A 금융에 대해서는 예외적 총력 지원 체제를 구축하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오는 6월 발표될 정부의 ‘경제재정운영 기본방침’에 반영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17개 전략 산업에 집중적인 자금 공급을 유도하고 산업 재편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은행 자금을 활용한 방어적 M&A를 통해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 시도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정책을 사실상 금산분리 완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은행이 단순한 대출기관을 넘어 투자와 인수금융까지 적극 수행하면서,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산업금융의 귀환’으로 평가된다.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과 M&A의 핵심 자금 공급자로 전면에 나서면서 산업 재편을 직접 견인하는 구조가 다시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 규제를 풀어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정책 금융’ 접근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금산분리 규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의 산업자본 투자와 지배력 확대를 제한하는 구조가 유지되면서 대형 M&A나 산업 재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금융 수단이 제한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 제도 개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과 산업 간 역할 재정립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이해관계 충돌로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반도체, AI 등 전략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M&A나 구조조정 국면에서 국내 금융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은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이 현재와 같은 규제 환경을 유지할 경우, 대형 M&A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자금 조달 측면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국 자본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방어적인 M&A를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규제를 풀어 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사이, 한국은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 현재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실제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정책 지체가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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