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 내고 호르무즈 통과하라는 이란…77년 전 국제사법재판소 판례 보니

신진 기자 2026. 4.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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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는 화물선 모습. 〈사진=로이터〉

앞으로 '세계의 바다'로 여겨졌던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 1회당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란 의회는 현지시간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운 관리 계획안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통행료를 이란 화폐로 납부해야 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에 경제 제재를 집행한 국가의 선박도 접근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실화되면 이번 중동 사태와 관련 없는 나라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비용을 떠앉게 됩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70%의 석유를 수입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란은 계기가 있을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자유 통항을 보장하고 있지만, 이란은 여기 가입하지 않아 협약 준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진=JTBC〉

하지만 이미 77년 전, 일정 요건을 갖춘 해협의 무해통항을 국제관습법에 따라 보장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온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끕니다. 1949년 4월 9일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코르푸 해협 사건 판결입니다.

1946년 10월, 영국 군함이 알바니아 인근 코르푸 해협을 통과하던 중 해협에 설치된 기뢰가 폭발해 4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영국 군함 통과가 알바니아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코르푸 해협 관련 판결문 표지.〈사진=국제사법재판소 홈페이지〉

코르푸 해협은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곳으로 봉쇄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연안국의 허가가 있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판결문을 보면 '국제 해협'에 대한 판단 기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코르푸 해협에 대해 "두 공해가 연결되어 있고 국제 항행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해협의 지위를 가진다고 봤습니다.

호르무즈 해협도 이러한 지리적ㆍ기능적 요건을 갖췄습니다. 이 판례의 기준을 적용하면 호르무즈 해협도 명백한 국제 해협으로, 각 국 선박은 연안국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국제관습법의 보장 아래 통항이 가능한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 〈사진출처=연합뉴스〉

이기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2년 유엔해양법 협약 채택 당시 영해의 폭이 확장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좁은 구간도 이란과 오만의 영해로만 뒤덮이게 되었다. 이 때문에 통과통항제도도 생긴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는 구간이 이란의 영해이고, 이란은 유엔 협약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도 맞지만 이후 40여 년 동안 호르무즈해협의 통과통항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이란이 통행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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