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칼럼] 박근혜의 ‘천막’·이준석의 ‘파란’… 지금 국힘엔 무엇이 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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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격언이 있다.
요즘 국민의힘 당사 주변을 감도는 공기는 딱 그 '설마'가 '공포'로 변하는 지점에 맞닿아 있다.
천막 당사를 쳤던 그 절박함, 빨간 점퍼로 갈아입던 그 파격이 없다면 6월 3일 밤 국민의힘이 마주할 성적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 그 종착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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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격언이 있다. 요즘 국민의힘 당사 주변을 감도는 공기는 딱 그 ‘설마’가 ‘공포’로 변하는 지점에 맞닿아 있다. 6·3 지방선거를 고작 70여일 앞둔 지금,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영남권마저 흔들린다는 흉흉한 전망이 당내를 휘젓고 있다.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은 지금 시험대를 넘어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양새다. 민심은 냉정했다. 타이밍을 놓친 ‘절윤(絶尹)’ 선언은 결단이 아닌 미련으로 비쳤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불협화음은 뼈아프다. 오 시장이 두 차례나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당의 노선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등이었다. 리더십이 공천 구도를 풀어내기는커녕 꼬이게 만든 핵심 원인이 됐다. 당 내부에서 장 대표 비토 여론이 들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김영환 충북지사 컷오프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공천의 정당성은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여기에 ‘안방’ 대구의 집안싸움은 목불인견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은, 국민의힘에게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선 ‘존립의 위기’로 다가온다.
“전국을 다 말아먹고 대구까지 말아먹고 있다. 이제는 ‘지겠다’는 확신이 든다.”
한 현역 의원의 기자에게 한 처절한 토로는 현재 당이 처한 무능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국민의힘 계열 정당은 위기 때마다 ‘처절할 정도의 변신’으로 살아남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 박근혜 대표는 멀쩡한 당사를 버리고 허허벌판에 천막을 쳤다. 그 ‘속죄의 퍼포먼스’가 참패를 면하게 했다.
2011년에는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김종인·이준석 같은 파격적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정체성 자체를 갈아엎었다. 당을 상징하는 색깔도 빨간색으로 바꿨다.
2021년에는 30대 이준석 당대표 선출하며 노인정당 이미지를 깨트리는 파격을 선보였다. 당시 당원들의 선택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그 결과 헌정 사상 최초의 30대 당 대표라는 역사를 쓰며 ‘세대포위론’으로 대선과 지선을 쓸어 담았다.
그때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해결 의지’다. 과거엔 뼈를 깎는 고통이라도 감내하며 답을 찾아냈지만, 지금의 지도부는 논란을 수습하기보다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중도 확장은커녕 집토끼마저 내쫓는 공천 잡음 속에 ‘보수 혁신’의 DNA는 증발한 듯하다. 더 나아가 능력 자체가 없어 보인다. 보수 정당을 대표하던 ‘유능함’은 이제 국민의힘에서 찾아보기 힘든 단어가 됐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자, 지역 민생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무대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선 ‘공정한 공천’도, 외연을 넓힐 ‘중도 확장’의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70일은 정치를 바꾸기에 짧지만, 망가지기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천막 당사를 쳤던 그 절박함, 빨간 점퍼로 갈아입던 그 파격이 없다면 6월 3일 밤 국민의힘이 마주할 성적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 종착지는 당 해체와 장 대표의 정계은퇴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그 종착지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고 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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