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전자장치 부착 확대 등 가해자 중심 모니터링 체계 강화 필요”

이강산 기자 2026. 4.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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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김영미 변호사
“형사처벌만이 능사 아냐…보복 심리 막기 위한 조치 동반돼야”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에서 김영미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달 14일 경기 남양주에서 한 20대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살해됐다.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를 포함한 조치가 내려졌음에도 피의자 김훈(44)은 범행 며칠 전부터 피해자 직장을 찾아가는 등 동선을 파악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에 현행 스토킹처벌법과 피해자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내리는 접근금지나 잠정조치만으로는 재범 위험이 큰 가해자를 충분히 통제하기 어렵고, 매년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 구속과 피해자 보호를 포함한 더 실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시사저널은 1일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이자 성폭력·스토킹피해자 무료법률구조 전문변호사인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를 만나 현행 제도의 한계와 보완책 등을 물었다.

스토킹 범죄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원인을 진단한다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한 스토킹 수법 다양화다. 과거에는 스토킹이 피해자의 거주지나 직장을 찾아가는 등 무작정 따라다니는 것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현재는 그에 더해 접근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피해자가 원치 않는데 문자·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고, 피해자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등 스토킹 수법이 진화했다. 두 번째는 인식 변화에 따른 스토킹 신고 건수 증가다. 이전에는 스토킹을 연인과 다투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수순 정도로 인식해 암수범죄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스토킹처벌법이 도입될 정도로 스토킹이 범죄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생겨 피해자들의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이 범죄 건수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을 포함해 최근 스토킹 사건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발생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나.

"이런 사건들은 가해자의 심리적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이 시작된 후 피해자가 신고를 하면 대부분의 가해자는 스토킹을 멈추지만, 일부는 자신을 신고한 사실에 대한 보복 심리로 범행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또 대부분의 스토킹 범죄가 과거 교제나 혼인 관계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가해자가 인정하지 못하고 강박과 집착 같은 정신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들은 피해자를 인격체가 아닌 통제하고 소유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데, 이런 경우 연인·부부였을 때도 가스라이팅 등 심리적 지배를 하는 성향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사법기관의 소극적 법 집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토킹은 유형이 워낙 다양하다. 피해자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거나 중범죄로 번질 우려가 뚜렷하면 보통 구속영장이 발부된다. 다만 계속 연락하거나 찾아가고, 집 앞에 선물을 두는 등 신체적 위해가 동반되지는 않는 스토킹 행위는 피해자에게는 공포지만 법적 구속으로 이뤄지기엔 어려운 면이 있다. 사법부도 가해자의 신체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 사이에서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잠정조치를 한 번이라도 어겼는데 다시 찾아가고 또 연락한다면 재범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구속 필요성도 커진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숭인에서 김영미 변호사가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일각에서는 피해자 중심의 모니터링 체계를 가해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의 조치가 될 것이다. 현행 잠정조치 가운데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접근금지와 통신제한인데, 이 두 조치만으로도 목적이 달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구금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중대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소명돼야 가능해, 과거 폭력이나 성범죄 전과, 피해자 폭행 전력 등이 있어야 구속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사정이 뚜렷하지 않으면 단순히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집착형 스토킹만으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전자장치 부착명령이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거나 주거지 주변 CCTV를 설치하는 방식이 피해자 보호 중심 대응이라면, 전자장치는 가해자의 동선을 직접 추적해 피해자 주거지나 직장 등으로의 접근을 막는 가해자 중심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전자장치 부착에 있어 수사기관의 청구나 법원의 인용이 활발한 편은 아니지만, 이번 남양주 사건을 계기로 고위험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더욱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행 스토킹처벌법과 관련해 보완 및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스토킹처벌법은 조문 자체가 많지 않고, 대응 수단도 사실상 형사처벌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처벌을 무조건 강하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스토킹 가해자의 다수가 과거 연인이나 배우자였던 만큼, 피해자도 신고하면 상대가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또 형사처벌만 하게 되면 가해자가 '내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보복 심리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처럼 사안에 따라 보호처분, 교육, 치료, 수강명령 등을 병행할 수 있는 장치를 스토킹처벌법에도 더 폭넓게 둘 필요가 있다. 엄벌이 필요한 사건은 강하게 처벌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해자가 왜 그런 행위를 했는지 원인까지 살펴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 이 모든 방안은 결국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스토킹 등 신종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무료법률지원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아동학대나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 단계부터 국선변호사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는 그동안 그런 제도가 사실상 없다. 신고를 해도 피해자가 법적 절차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비용 부담 때문에 변호사 도움을 받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런 피해자들에게 무료법률지원사업을 통해 상담과 법률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제도 시행 뒤 경찰청과 여성 단체 등을 통한 적극적 홍보를 통해 상담과 지원 건수가 꾸준히 늘었고, 지난해에는 580건의 상담과 250건의 법률 지원이 이뤄졌다. 범죄에 취약한 여성 피해자를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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