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하고 있냐는 말까지 들었다”… 박성현, 팬 힘으로 다시 선다

김리원 2026. 4. 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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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모든 부진의 무게를 짊어진 박성현(33)이 택한 재기의 첫걸음은 다시 '팬'이었다.

박성현이 1일 경기도 여주 더 시에나 벨루토 CC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더 시에나 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팬분들한테 에너지를 받고 올 시즌을 시작하고 싶었다"며 출전 소감을 밝혔다.

부진 기간에도 팬클럽 '남달라'는 변함없이 박성현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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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LPGA 2부 투어 앞두고 국내 개막전 출전
공식 기자회견서 “팬 에너지로 시즌 시작”

마이크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만큼은 세계를 호령하던 그때처럼 단단했다. 세계 382위(1일 기준)라는 낯선 숫자, 2부 투어라는 가혹한 현실. 그 모든 부진의 무게를 짊어진 박성현(33)이 택한 재기의 첫걸음은 다시 ‘팬’이었다.

박성현 더시에나오픈2026 공식 기자회견. KLPGA
 
박성현이 1일 경기도 여주 더 시에나 벨루토 CC에서 열린 KLPGA 투어 국내 개막전 더 시에나 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팬분들한테 에너지를 받고 올 시즌을 시작하고 싶었다”며 출전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박성현의 올해 첫 공식 대회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필드에 나선다.

과거 박성현의 위상은 독보적이었다. 2017년 LPGA 투어 데뷔와 동시에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첫해에만 2승을 거뒀다.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동시에 석권하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썼다.

이후 2019년까지 3년간 메이저 2승을 포함해 LPGA 투어 통산 7승을 쌓았고, 세계랭킹 1위를 20주간 지켰다. KLPGA 투어 10승까지 합치면 통산 18승이다.

박성현 더시에나오픈2026 공식 기자회견.
 
하지만 영광은 짧았고 시련은 깊었다. 2020년 이후 어깨와 손목 부상이 겹치며 긴 슬럼프에 빠졌다. 세계 정상을 호령하던 순위는 382위까지 밀려났다.

지난 시즌 종료 후에는 LPGA 1부 투어 시드마저 잃었다. 결국 박성현은 2026시즌을 LPGA 2부인 엡손투어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개막전 출전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박성현은 “솔직히 나가는 게 맞는지, 조금 더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엡손투어를 간다고 하니까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골프를 그만두는 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고, 골프를 하고 있냐는 말도 들었다”며 “첫 경기부터 한국에서 열심히 (골프를) 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겨울 전지 훈련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필리핀에서 한 달 반 정도 훈련했다는 박성현은 “오랜만에 매일 훈련 일지를 썼다”고 했다. “오늘은 이런 느낌으로 해서 이렇게 됐고, 내일은 이렇게 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것으로 항상 끝마침을 했다”며 “어떤 샷이건, 어떤 퍼트건, 어떤 칩샷이건 불안감을 없애자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고 밝혔다.

현재 완성도를 묻자 “솔직히 100%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60% 정도는 해소된 것 같고, 나머지 40%는 시즌 중에 채워나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퍼트 쪽에 변화를 많이 줬는데, 그걸로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다”고 했다.

부진 기간에도 팬클럽 ‘남달라’는 변함없이 박성현을 응원했다. 미국 대신 국내 개막전으로 시즌을 여는 이유도 결국 팬들 때문이다.

팬클럽 ‘남달라’의 의미를 묻자 박성현의 목소리가 잠시 가라앉았다.

“(팬클럽이 생긴지) 2015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11년째다. 제가 공을 잘 치든 못 치든, 성적이 나오든 안 나오든, 특히 안 날 때 더 열렬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

잠깐 말을 멈춘 박성현은 이어 “때로는 가족보다 더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항상 그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11년 동안 골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언젠가 그 사랑에 보답하는 날이 꼭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서른셋. 골퍼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박성현은 여전히 증명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국내 개막전에서 얻은 에너지가 엡손투어를 넘어 다시 LPGA로 이어질 수 있을지, ‘남다른’ 재도약의 시간이 시작됐다.

글·사진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김리원 기자 rewonv@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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