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도 폐지한다고? 차라리 잘됐다”…의욕 잃은 검사들의 자조 섞인 탄식

이태준 기자 2026. 4. 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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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휴직 이어지며 검찰 일선 청 ‘기능 마비’ 위기…경력 법관 지원 등 이탈 현실화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지난 1월12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수사 범위가 '9대 중대 범죄'로 규정되는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2단계'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 조직 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조직 해체를 앞둔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직무 수행에 대한 회의감과 업무 과중에 따른 피로도가 누적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사직과 휴직 신청이 잇따르는 등 인력 이탈 현상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일선 검찰청의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정적마저 흐를 지경이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지난달 31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더 이상 말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검찰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가늠조차 안 된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다른 평검사는 "사건 적체로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보완수사권마저 없어지면 차라리 일이 편해질 것 아니냐며 '도리어 잘됐다'고 자조하는 이들도 있다"고 검찰 내부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조직 내부에 팽배한 무력감은 대규모 사직과 휴직으로 이어지며 인력 공백으로 번지고 있다. 안미현 대전지검 천안지청 부부장검사는 지난달 25일 SNS에 '파산지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원 35명 중 단 12명만이 남아 업무를 수행 중인 현실을 알렸다. 안 검사는 "미제가 300건을 돌파했다는 수도권 동기가 부러울 정도"라며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휴직한 검사는 132명으로,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검찰을 떠나려는 '엑소더스' 현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일반 법조경력자 법관 임용 절차에서 검사 출신 임명 동의 대상자는 32명을 기록하며 재작년(14명)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역대 최다 수치다. 이에 법무부는 경력 검사 임관을 5월로 앞당기는 등 대책을 내놨으나,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조직에 남게 될 이들의 거취를 둘러싼 '인력 재배치' 문제는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법안 부칙에 명시된 '본인의 의사 존중' 조항에도 불구하고, 검찰 안팎에선 인사권자가 형식적 절차만 거친 뒤 중수청 등으로 검사들을 강제 배치할 수도 있다는 '강제 전보' 우려가 깊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 지난달 18일 "검사가 성격이 다른 기관으로 가는 것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정치적 외압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류미래 부산지검 검사는 지난달 26일 사직 의사를 밝히며 "정치적 논리가 사법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경찰이 단순 스토킹으로 송치한 사건을 보완수사해 20년에 걸친 계부의 성범죄를 밝혀낸 사례를 들며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될 경우 발생할 사법 공백도 우려했다. 

전직 수도권지청 검사는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를 한 이들은 좌천되고, 특정 라인을 탄 검사들이 승진하는 상황에서 검사들이 어떤 자긍심을 갖겠느냐"고 꼬집었다. 전직 고검 부장검사도 "검찰과 사법부가 동시에 무너지는 지금, 정치인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검찰 수사 역량의 필요성을 체감할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 입법 후속 조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검사 자긍심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 필요"

조직의 물리적 해체는 이미 가시화됐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검찰청은 폐지되고 기소 전담 기관인 '공소청'으로 전환되며 수사 권한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이관된다.

특히 이번 법안 통과로 기존 검찰이 보유했던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폐지되면서 수사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전국 2만여 명에 달하는 특사경에 대한 통제 장치가 사라질 경우 사건을 몰래 덮는 '암장(暗葬)'이나 부실 수사가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구지검 영덕지청이 지난 2023년 특사경 송치 사건을 전수 점검한 결과 158건이 이미 공소시효를 넘긴 상태로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후속 조치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 과정에서 법령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법 공백이 발생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부터 검사들의 업무 과부하 상황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으로 의욕과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며 "중수청이 시스템을 갖추기까지 계류 사건 처리 등에 심각한 지체가 생기지 않도록 행안부와 공수처 등 관련 기관이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마약·국제범죄 등 고난도 범죄에 대해서는 당분간 합동수사 형태를 유지할 것을 주문하며 행정적 혼란 최소화를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조직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수사 주체들의 사명감을 보호할 근본적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도적 보완만큼이나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이 연착륙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지방 지청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 구성원 상당수는 경제적 보상보다 사명감을 바탕으로 직무를 수행한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직무 자긍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 개편으로 신설될 대체 수사기관 역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받아야 한다"며 "수사 인력이 정의감을 바탕으로 본연의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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