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식’ 3시간 금지하면 ‘절충식’ 영유 늘까···교육부 영유아 보호책에도 업계는 ‘꼼수’ 가능성

정부가 취학 이전 유아 대상 인지 교습을 3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영어유치원’ 등 영유아 사교육에 대한 고강도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 당국이 사실상 처음으로 ‘4세 고시’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최근 들어 유아 영어학원이나 초등의대반 등 사교육 시장의 저연령화·고액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인지 교습’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3시간 제한’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아 규제를 우회한 사교육이 성행해 음지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1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발표하며 아동의 발달권과 정서 보호 등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영아 대상 인지 교습이나 유아 대상 하루 3시간 이상의 인지 교습 등은 정서적 학대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 교습’이라고 정의하고 규제하기로 했다. 전국의 유아 영어학원 수는 2019년 615개에서 2025년 814개로 32% 늘었으며, 서울의 반일제 학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교습 행위를 인지 교습이라고 정의했다. 예컨대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알파벳 쓰기 문제집을 매일 풀리는 것은 인지 교습에 해당한다. 반면 모래놀이를 하면서 ‘모래성에 몇 개의 깃발을 꽂아볼까’처럼 놀이 과정에서 수 개념에 노출되도록 하는 행위는 ‘놀이 중심 교육’으로 간주해 허용된다.
그러나 인지 교습의 정의가 다소 모호하기 때문에 규제를 우회할 방법은 상당하다. 우선 학원업계는 그간 강의 중심으로 운영하던 ‘학습식’과 ‘놀이식’을 섞은 ‘절충식’ 프로그램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영유아 대상 종일반이 성행했다면, 인지 교습이 3시간 이상부터 제한되면서는 과목별 영유아 학원이 유행할 여지가 있다. 제한 범위를 최대한 활용해 영어 3시간에 이어 수학 3시간 교습을 시킨다면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
실제로 교육부 대책이 발표된 뒤 온라인 교육 커뮤니티 등을 보면 학부모들은 “3시간이면 40분씩 4교시까진 가능하겠다.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거나 “3시간씩 쪼개서 옆 반에 다른 학원 이름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교육부도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별로 학원에 보내는 내용을 추적할 순 없다”며 “인지 교습 3시간 이상은 아동 발달에 맞지 않다고 국가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대책은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교육부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을 개정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규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책에 포함된 레벨테스트 금지 부분은 이미 지난달 법 개정이 이뤄져 올해 하반기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도 발표했다. 사교육 수요가 높은 대입 상담 분야에 인공지능(AI) 상담을 도입하고, 자기주도학습센터와 방과 후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입시 경쟁 등 근본적 원인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사교육비 조사에서는 총액은 감소했지만 월평균 소득 1000만원 이상 구간만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조는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맞춤형 고액 컨설팅과 밀착 관리를 표준화된 AI 상담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접근”이라며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구조 개편이라기보다 사교육 일부를 공교육으로 옮기거나 시장을 관리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규제는 강화될수록 음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근본적인 수요 억제 없이 단속 중심 정책만으론 고액 비밀과외나 변칙적인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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