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서 방산 소재까지…전략광물 게르마늄, 한국서도 생산 임박 [어쩌다 금속 이야기]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4. 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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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섬유·적외선·반도체
산업 지배하는 핵심 소재
가격 2년새 75% 급등
반도체·방산 흔드는 ‘숨은 병목’
한국도 공급망 자립 ‘시동’
원소 기호 32번 게르마늄은 고감도 열영상장비 등에 활용된다.[챗GPT 생성]
게르마늄은 지각에서 50번째로 많이 존재하는 원소로, 1886년 독일의 화학자 클레멘스 알렉산더 빙클러가 은광석(아지로다이트)에서 분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준금속’으로 분류되고 있죠. 생산량 절반이 광섬유에 쓰이고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반도체 정류기의 핵심 재료로도 활용됩니다. 이처럼 반도체·광통신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이나 생산량이 많지 않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습니다. 게르마늄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 기업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 고려아연이 손꼽힙니다.
주기율표 창시자를 ‘예언자’로 만든 원소
게르마늄의 발견자 빙클러는 당초 게르마늄을 비금속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드미트리 멘델례예프가 1869년 ‘예카규소’라며 존재를 예언했던 준금속(금속과 비금속의 중간 성질을 가진 원소)이었습니다. 특히, 녹는점과 산화 형태 등 물리·화학적 특성까지 예언과 비슷해 게르마늄의 발견은 멘델레예프를 주목받게 하는 계기가 됐죠. 특히, 이전까지 듬성듬성 비어 있던 주기율표의 신뢰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멘델레예프는 존재하지도 않던 원소(게르마늄)를 먼저 예언했고, 17년 뒤 실제로 발견되면서 그의 주기율표가 과학적 법칙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빙클러는 게르마늄에 ‘넵투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비공식적으로 나이오븀과 탄탈럼의 혼합물을 원소로 생각해 이를 넵투늄이라 부르고 있었죠. 이에 빙클러는 자신이 태어난 독일의 이름을 따 게르마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물질에서 첨단 산업 소재로
광섬유에도 이용되는 게르마늄.[챗GPT 생성]
게르마늄은 발견 후 1930년대까지 전도성이 낮은 물질로 알려져 있어 중요한 금속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1945년 반도체로 유용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2차 세계대전 시기 레이더 전파 탐지용 다이오드를 제조하는데 사용됐죠. 특히, 실리콘보다 용해점(녹는점)이 낮아 가공하기 쉬워 각광받았습니다. 1948년에는 게르마늄 트랜지스터가 발명돼 소니의 세계 최초 트랜지스터 라디오, 최초의 집적 회로 등의 전자 기기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게르마늄은 고온에서 반도체 기능을 잃어 대출력 반도체(고전압·고전류·고주파 등에서 높은 출력 성능을 요구하는 전력·무선주파수 분야에 쓰이는 반도체)를 만드는데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며 1970년대 이후 실리콘 반도체가 등장함에 따라 게르마늄을 대체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빈티지 음향 장비(기타 이펙터), 다이오드 등에서 반도체 용도로 쓰고 있으며, 게르마늄을 골격으로 하는 폴리저메인도 반도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게르마늄의 주 용도는 생산량 절반이 광섬유에 쓰입니다. 게르마늄과 산소가 결합한 화합물인 산화 게르마늄의 높은 굴절률과 낮은 분산율을 활용해 광섬유 코어(빛 신호가 흐르는 통로)로 활용 중이죠. 고급 광학기기에도 쓰이고 있으며, 방산 분야에서는 적외선에 투명하므로 적외선 렌즈를 비롯한 고감도 열영상장비에 쓰입니다. 또 태양전지 등의 부품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제 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웨이퍼 등의 반제품으로도 가공됩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특정 국가 편중
원소 기호 32번 게르마늄 이미지.[챗GPT 생성]
게르마늄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은 2026년 게르마늄 시장 규모를 243.45톤(t)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231.88톤에서 늘어난 것입니다.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게르마늄 시장이 2031년까지 매년 평균 4.99%씩 성장해 2031년에는 310.54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게르마늄 공급은 중국에 편중돼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이 1차 게르마늄의 65% 이상을 채굴, 정제했습니다. 중국은 이런 역량을 외교적 무기로 활용 중인데, 특히 2024년 12월 미국으로의 게르마늄 직접 수출을 금지하면서 영향력을 보여줬습니다. 2025년 3월 게르마늄 kg당 가격은 4150달러로, 2023년 1월 대비 75% 급등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같은 조치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을 34억 달러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하며, 이중 40%가 반도체 제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중국은 올해 초 일본 수출도 사실상 중지시키면서 외교 압박 카드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주요 국가를 비롯한 기업들이 게르마늄 공급망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련해 글로벌 소재 기업인 벨기에 유미코어와 광산 폐기물을 재처리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의 STL이 공장 확장을 진행 중입니다. 다만, 생산량이 부족해 장기적으로 공급 중단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도 게르마늄 생산 기대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게르마늄 생산자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온산제련소에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죠. 고려아연 게르마늄 공장은 2027년 시운전을 거쳐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게르마늄메탈 약 10톤)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고려아연은 아연정광 제련 부산물에 함유돼 있는 게르마늄을 고온·고압 침출, 용매추출, 침전 등 공정을 거쳐 5N(99.999%)급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고려아연은 게르마늄 생산을 통해 아연과 동, 인듐 등 값나가는 다른 유가금속 회수율 향상 등의 부수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위키백과, 글로벌인포메이션, 코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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