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금보다 잘 버틴 비트코인…1억원대 안착에도 안심 일러
월가 "패닉셀 없어…15만弗 전망"
트럼프 한마디에 코인시장 출렁
공포지수 11점…여전히 살얼음판

급락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일부 회복하며 다시 1억원대에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한때 9000만원대까지 밀렸지만, 최근에는 1억원선을 지키며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3월 내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졌는데도 회복세가 유지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전쟁 종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긴장을 완전히 늦추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억원대 지킨 비트코인

1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9일부터 31일까지 23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1억원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1일 9590만원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은 다음 날인 2일 1억52만원으로 올라서며 이달 처음 1억원을 넘어섰고, 이후 줄곧 1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 기준 가격 흐름도 비슷하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월 6일 6만270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 4일에는 7만2000달러대로 회복했다. 한 달 새 1만달러 가까이 반등한 셈이다. 지난달 17일 7만4855달러를 기록한 뒤에는 현재 6만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9일 장중 1억7987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1월엔 1억2000만원대 안팎에서 움직였고, 올해 1월에는 다시 1억4000만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2월 5일에는 종가 기준 9292만원까지 밀렸다. 같은 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 불안이 커진 영향이 컸다. 전쟁처럼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는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위축되기 쉽기 때문이다.
◇월가 “비트코인, 바닥 다졌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2026년 말까지 15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는 20만달러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번스타인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이 회복력을 보이고 있고, 은행권의 비트코인 금융 서비스 확대가 새로운 기관투자가 유입 경로를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번스타인이 시장 안정을 점친 핵심 근거는 전쟁 같은 대형 불확실성에도 ‘패닉셀(공포에 따른 투매)’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가격대를 사실상 바닥권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전체 유통 물량의 약 6.1%를 보유하고 있어 가격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고, 1년 이상 움직이지 않은 장기 보유 물량이 전체의 60%에 달해 급락 폭이 이전보다 제한적이라는 게 번스타인의 설명이다.
금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보다 비트코인이 더 강한 회복력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JP모간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 시장의 유동성 여건이 악화되면서 시장 폭이 비트코인보다 오히려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한때 사상 최고치였던 5500달러까지 치솟았던 금 가격은 이달 들어 약 15% 하락했다.
JP모간은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금 매도세가 이어진 것으로 봤다. 특히 금 ETF에서 3월 첫 3주 동안 약 110억달러가 빠져나간 반면,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는 순유입이 이어진 점을 주목했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이 초기 충격 국면에서는 안전자산보다는 변동성이 큰 거시 자산처럼 움직이지만, 공포가 진정되면 장기 보유자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전쟁 장기화는 변수
다만 이란 전쟁이 끝나지 않은 만큼 비트코인은 여전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전쟁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종전 가능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개전 직후 4~6주 내 종료를 예상한 만큼 이달 중 결론이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시장이 이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비트코인 시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지난달 23일 1차로 5일간 공격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유예 시한이 다가왔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자 당시 비트코인은 소폭 하락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공격 유예를 10일 추가 연장하자 가격은 다시 반등했다.
시장 심리는 여전히 불안하다. 가상자산 시장 심리를 보여주는 공포·탐욕 지수는 지난달 31일 11점을 기록해 ‘극단적 공포’ 구간에 머물렀다. 지난달 중순 28점까지 회복한 이 지수는 지난달 20일 이후 다시 10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의 공포 심리가 강해 매도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100에 가까울수록 과열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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