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부터 궁중요리까지 집에서 즐기는 국물 간편식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6. 4. 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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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국물 간편식 시장
CJ제일제당, 건더기 푸짐
'소고기 듬뿍' 시리즈 인기
매출 1년새 23% 고속성장
청정원, 외식 메뉴 그대로
녹두 삼계탕·양지 설렁탕
해동없이 3분 만에 '뚝딱'
동원F&B·신세계푸드는
냉이 찌개·미나리곰탕 등
봄 제철 음식 메뉴 선보여
청정원 호밍스 삼계탕 예시 사진.

"오늘은 국 끓이지 말고 그냥 데워 먹자."

집밥의 상징이던 국·탕·찌개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냄비에 오래 끓여야 완성되는 음식이었다면 이제는 냉장고에서 꺼내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단순한 미역국이나 된장찌개를 넘어 갈비탕·삼계탕은 물론 제철 미나리를 넣은 곰탕과 조선시대 궁중 국물요리까지 가정간편식(HMR)으로 구현되는 시대다.

국물 HMR이 '한 끼 식사'로 올라서고 있다. 시장도 이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닐슨에 따르면 한식 레토르트(국·탕·찌개·전골·찜 등) 시장 규모는 2023년 6406억원에서 2024년 6590억원, 2025년 6619억원으로 3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HMR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30% 수준으로 확대됐다.

외식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학교·공공급식 시장의 간편화 흐름까지 맞물리며 국물요리를 집에서 해결하려는 수요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결과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편의성보다 완성도다. 최근 국물 HMR은 단순히 빠르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외식 대체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원재료의 품질, 건더기 함량, 메뉴의 다양성까지 모두 끌어올리며 소비자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갈비탕 등 프리미엄 국물요리 매출은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12% 증가했고, 원물 함량을 강조한 '소고기 듬뿍' 시리즈는 23% 성장했다. 특히 미역국·설렁탕·육개장 등 기본 메뉴에서조차 건더기를 강조한 제품이 빠르게 신장하면서 소비 기준이 '국물 맛'에서 '내용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뉴 확장 역시 빠르다. CJ제일제당의 시래기장터국, 황태해장국, 꼬리곰탕, 닭곰탕 등 이색 국물요리 제품은 누적 판매 3000만봉을 돌파했다. 한우 꼬리를 8시간 우려낸 꼬리곰탕, 들기름과 사골육수를 결합한 황태해장국처럼 집에서 만들기 까다로운 메뉴일수록 간편식으로 빠르게 대체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냉동 국물요리 시장에서는 대상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청정원 '호밍스'는 2024년 출시 이후 냉동 국탕류 제품이 누적 판매 200만개를 넘어섰다. 녹두삼계탕, 우거지 순살감자탕, 양지설렁탕 등 외식 메뉴를 그대로 옮겨온 제품들이 중심이다.

특히 '녹두삼계탕'은 삼계탕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5호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수삼·대추·찹쌀을 더해 '집에서 먹는 보양식'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우거지 순살감자탕' 또한 돈사골 육수와 순창된장을 결합해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며 외식 대체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대상은 영하 35도의 급속동결 공법을 통해 재료의 식감과 국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재료별 전처리 공정을 표준화해 조리 편차를 줄였다. 최근에는 해동 없이 물만 부어 3분 만에 완성되는 '초간편 국물요리'까지 출시했다. 손질된 재료와 소스를 함께 구성한 '밀프렙' 방식으로, 사실상 요리와 간편식의 경계를 허무는 단계에 진입했다. 대상은 '초간편 국물요리'로 우거지된장국, 소고기미역국, 소고기무국, 황태콩나물국 등 국 4종과 묵은지김치찌개, 차돌된장찌개, 묵은지부대찌개, 고추장짜글이 등 찌개 4종을 선보이며 가정식 인기 메뉴를 간편식으로 구현했다.

청정원 호밍스. 대상

계절을 반영한 제품 전략도 눈에 띈다. 동원F&B는 봄 제철 식재료인 냉이를 활용한 '냉이 된장찌개'를 선보여 상시 제품 대비 약 10%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상품이 일반 제품 대비 평균 20%가량 높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금 먹어야 하는 음식'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동원은 국물 HMR의 범위 자체도 넓히고 있다. 최근 선보인 '광동새우완탕'과 '사천우육완탕'은 완탕을 국물에 담아 먹는 형태로, 기존 간식 중심이던 냉동 딤섬을 식사형 간편식으로 확장한 사례다. 끓는 물에 5분만 조리하면 홍콩식 완탕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해 국물 HMR의 장르를 해외 메뉴로까지 넓혔다.

신세계푸드는 '제철 프리미엄'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는 4월 선보일 '한우미나리곰탕'은 봄 제철 미나리와 한우 사태를 결합한 제품으로, 향긋한 계절 식재료와 깊은 국물 맛을 동시에 구현했다. 앞서 출시한 '한우양해장국'은 트레이더스 입점 이후 월평균 2만봉 이상 판매되며 냉동 국물 간편식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한우 사골육수에 양과 시래기, 콩나물 등을 더한 구성으로 외식 메뉴를 그대로 가정으로 옮겨온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해당 제품은 신세계푸드 냉동 국탕류 판매를 두 자릿수 성장시키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음식의 현대적 재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효종갱' '닭길경탕' '쇠고기무조치' 등 조선시대 국물요리를 간편식으로 구현하며 메뉴의 깊이를 더했다. 과거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먹던 음식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스토리 있는 음식'을 소비하려는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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