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꽃

기호일보 2026. 4. 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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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한송이 꽃으로 시작하는 여정이다.

김진돈의 한송이 꽃은 세상 변두리에서 피어난 존재가 어떻게 우주의 중심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유의 시다.

시 속의 꽃은 바람과 어둠, 허기와 무관심을 뚫고 피어난다.

이 꽃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피어나지만 스스로 피어난 그 자리에서 이미 '절정'이라는 완전한 의미를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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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시인
거기에 바람이 오래 머물렀다가는 햇살에도 흔들리는새파란 물음에​어둠이라는 수백 겹 불면의관문을 뚫은연초록 잎사귀의 긴 호흡​비탈진 옆구리에 천 개의 눈빛이 반짝거리며과거로부터 生을 이어받은 여린 기억인가딱딱한 가지에 내리면서 실처럼 홀로 뽑아낸한송이 꽃​주변의 무관심 속에서도허기진 곳에서도 절정인 것이다​때로는 가파른 절벽 같은 콘크리트 벽으로, 때로는 낮은 바람으로, 때로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으며 한세상을 노니는 것이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무심의 자리인가​허기를 즐기던 언저리조금 비켜서서잠시 빛났던, 그 정점을 떨어뜨리고​변두리에 피어난 꽃도시공간의 긴 호흡의 리듬 따라결국 천지와 하얗게 하나이다​어디에 피든 내가 피워낸 그곳이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김진돈-
김미정 시인
봄은 한송이 꽃으로 시작하는 여정이다. 김진돈의 「한송이 꽃」은 세상 변두리에서 피어난 존재가 어떻게 우주의 중심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사유의 시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 삶의 중심에서 밀려나 내 인생의 주인공이 아닌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살아가는 듯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렇게 삶이 흔들릴 때 이 시를 읽어 보자. 시 속의 꽃은 바람과 어둠, 허기와 무관심을 뚫고 피어난다. 이 꽃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피어나지만 스스로 피어난 그 자리에서 이미 '절정'이라는 완전한 의미를 획득한다. 그것은 '수백 겹 불면의/ 관문을 뚫은' 가까스로 밀어 올린 생의 결실이다. '비탈진 옆구리'와 '콘크리트 벽'이라는 표현은 꽃이 놓인 척박한 현실을 드러내며 생명의 의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비록 중심이 아닌 자리, 외롭고 허기진 시간 속에 서 있을지라도 내가 피어난 바로 그곳이 곧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이 시는 존재하는 모든 생이 이미 충분히 빛나며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 자신이 내 인생의 꽃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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