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노사, 상호 간 신뢰 쌓는 게 급선무

고명훈 기자 2026. 4.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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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과한 요구 지적만 할 게 아니라 무너진 신뢰 회복할 방법 고민해야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전세계가 글로벌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 상황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9만명가량의 역대 최대 규모 노조가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어 자칫 반도체 생산 차질을 빚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례없는 반도체 초호황 시장과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좋은 소식까지 나오는 겹호재 상황이어서, 노조의 강경한 태도는 회사 입장에서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노조(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 등 3개 노조가 결집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달 쟁의 찬반 투표를 마친 직후 4월 평택 총집회와 5~6월 총파업을 선언한 상황이다.

앞서 3월 23일 월요일에는 전삼노 단독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기자간담회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삼노는 전주 금요일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하고 공동투쟁본부와 공동으로 다시 기자회견을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 회사측이 DS(반도체 사업) 부문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앞세워 임금협상 재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이틀 후인 3월 25일 실무교섭을 시작으로 주말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의 원만한 합의로 삼성전자의 노조 리스크가 단기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양측 이견은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와 사측 간 핵심 쟁점은 초과이익성과급(OPI)과 관련해서다. 노조는 이번 OPI 산정 근거를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에서 영업이익의 20%로 바꾸고, 현재 운영 중인 연봉 50%의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측은 현존 성과급 상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회사는 이번 마지막 집중교섭에서 올해 적자가 유력한 시스템LSI사업부·파운드리사업부의 경영성과가 개선될 시 OPI 50%에 추가 25%를 더해 최대 75%까지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했다. 기존 OPI 제도 50% 상한선을 넘는 지급을 약속한 것으로, 사실상 상한 유지 기조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다.

아울러, 성과급 산정 근거 또한 영업이익 13%로 상향 조정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경우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직원들이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해 13%로 늘렸단 설명이다.

다만 노조는 성과급 상한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며 물러서지 않았고,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앞서 지난해 노사 임금협상에서 성과급(PS) 상한제를 폐지한 SK하이닉스와 같은 수준의 처우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이같은 태도에 업계와 언론에서는 '과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당장 내 이웃이 잘 받았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우해달라는 건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기자도 노조가 좀 더 점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유지되던 성과급 제도를 노조에 유리한 쪽으로 단번에 바꾸는 것은 회사 전체 이익에 균열을 가할 수 있다. 회사가 살아야 직원들도 산다.

노조는 이번 임금협상에서 SK하이닉스를 비교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존 기본급 1000%의 성과급 제한을 폐지하고 그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의 10%로 올린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직원 1인당 1억 3000만~1억 5000만원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건데, 이는 그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던 풍경으로, 모두가 파격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공존했다. 몇십조, 몇백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같은 파격적인 대우를 지속 이어나가야 한다면 회사 재무건전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으로 떠오른 HBM에서 선제적으로 준비해 확실한 1위 자리에 올라섰고, 그 성과를 이어가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 노조도 임금협상 당시 이런 HBM 주도권과 실적 기여도에 대한 부분을 많이 강조했을 것이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3조 6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이는 구형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업황 호조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BM과 같은 신시장을 개척해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HBM에선 삼성전자도 이제 막 좋은 소식들이 나오고 있으며, 최신 세대인 HBM4 공급이 본격화된 이후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어느 정도로 이어질지는 올해와 내년 실적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도 노조가 왜 이토록 무리하게 요구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노조는 지난 'OPI 0원' 사태 이후 그간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 입장을 사실상 외면해온 회사의 태도에 누적된 불만이 큰 상황이다. 창사 이래 쟁의 활동이 거의 없던 삼성전자에서 노조 가입자가 9만명에 이르렀단 점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호다.

SK하이닉스가 먼저 성과급 상한을 없앤 만큼, 삼성전자도 핵심 인재를 지키기 위해선 결국 이와 같은 결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성과급 제한을 없애는 게 부담된다면 올해나 이듬해 이익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그 성과에 따라 노조 요청을 들어준다든지 등의 약속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중요한 건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고 지적만 할 게 아니라 무너졌던 상호 간의 신뢰를 어떻게 다시 쌓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반도체 경영이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성과금 지급률이 낮아져 경쟁사 대비 임금률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다만 작년부터 성과금 지급을 늘리고 있고 임금 격차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와 함께 우수 인재들에게 개별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시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임금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부분을 지속 강화해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핵심 인재 유출을 막음으로써 책임 경영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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