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방적 ‘발 빼기’ 시작되나…2일 대국민 연설 앞둔 트럼프 “2~3주 내로 이란 떠날 것”

정유진 기자 2026. 4. 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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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2~3주 내”로 이란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오후 9시(현지시간)로 예정된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연설에서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후 종전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에서도 “필수조건이 충족되면 분쟁을 끝낼 의지가 있다”는 신호가 나왔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채로 전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에서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일은 곧 이란을 떠나는 것이고, 그러면 유가는 다시 폭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요동친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약 6100원)를 넘어선 날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지상군 투입을 저울질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치솟는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철수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정권 교체를 이뤄냈고, 엄청난 수의 미사일 제조 시설을 파괴했다. 우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지금쯤 핵무기를 보유했을 것”이라면서 군사적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조기 철수를 합리화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은 애초 자신들의 목표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2~3주 내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이미 안전해졌다면서 “프랑스나 다른 나라가 석유나 가스를 얻고 싶다면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도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은 채 전쟁을 끝낼 수 있냐는 질문에 “내 유일한 역할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우리가 떠나면 해협은 자동으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워낙 수시로 바뀌는 데다가 이란 정권의 파괴를 원하는 ‘이스라엘 변수’ 때문에, 실제 미군이 2~3주 내로 철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승리 선언 후 조기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면, 미 국방부가 최근 폭격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한다”면서 이란 중부 이스파한 지역 탄약고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도 엑스를 통해 “전쟁 5주 차에 이란이 국경 밖에서 의미 있는 전력을 투사할 능력을 제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전쟁 목표는 애초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이 없는 이란의 전투능력 제거였으며, 이를 달성했다고 선언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우리의 필수조건이 충족된다면 분쟁을 끝낼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종전’이란 단어를 거론했다. 앞서 이란은 전쟁 재발 방지,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 주권 행사 보장 등 5가지 조건을 내건 바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없이 철군함으로써 이란의 해협 통제권을 묵인한다면, 이는 사실 이란에 통행료 수입을 통한 피해 배상책이자 강력한 전쟁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이 이렇게 마무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발을 빼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걸프국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쥔 채 더 호전적이고 강경해진 이란과 남겨지게 된다. 이는 미국에 대한 걸프국들의 신뢰 붕괴로 이어져,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걸프국 석유를 미국 달러화로만 거래하도록 한 페트로달러 체제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이란이 요구하는 불법적인 ‘호르무즈 통행료’는 전 세계 물류와 석유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군사적 목표를 달성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이란 핵 위협도 전쟁 전보다 더 커졌다. 60%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이고, 이란 정부가 은밀히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무너졌다. 이란 정권 교체를 노리고 시작한 전쟁이 이란의 핵 위협 제거는커녕 오히려 ‘호르무즈 통제권’이라는 더 큰 무기만 이란에 쥐여준 채 끝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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