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쉰 목소리, '역류성 식도염' 신호일 수도... 원인과 예방법은?
식후 속이 쓰리고 신물이 올라온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 체함으로 여기고 넘기거나, 마른 기침이 동반돼도 감기로 착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국내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3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지만, 증상이 워낙 다양해 진단조차 받지 못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역류성 식도염은 방치하면 식도 점막이 손상되고, 심한 경우 식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생활 습관만 제대로 바꿔도 증상이 크게 나아지는 질환이기도 하다. 내과 전문의 손승진 원장(늘좋은내과의원)은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하는 최악의 습관"이라며 "최소 3시간은 앉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 예방법, 치료 등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손 원장과 함께 알아봤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323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왜 많은 분들이 본인이 역류성 식도염인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요?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다른 질환과 헷갈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신물이 올라옴, 속 쓰림, 가슴이 타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역류성 식도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마른 기침,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 쉰 목소리 같은 증상도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역류성 식도염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마른 기침 때문에 감기에 걸린 줄 알고 병원에 왔다가 검사 후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이 더부룩할 때, 단순 체함과 역류성 식도염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체했다'는 표현이 매우 포괄적인데, 단순 체함, 역류성 식도염, 스트레스성 위장장애, 기능성 소화불량을 모두 체했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단순 체함은 일반적으로 과식 후 1~2시간 내로 갑자기 명치 부근이 불편하거나 답답한 느낌이 나타나는 것이 주된 증상으로, 소화제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반면 역류성 식도염은 증상 지속 기간이 2주 이상 가고, 공복이나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눕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면 증상이 더 악화됩니다. 증상의 위치도 명치뿐 아니라 목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트림이나 신물도 동반됩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체함은 일시적인 위 운동 저하의 문제고,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 역류 문제입니다.
속 쓰림 없이 목에 이물감만 느껴지는 것도 역류성 식도염일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위산이 식도를 넘어 목과 성대까지 올라오는 경우에는 가슴이나 속 쓰림 증상 없이 목 이물감, 마른 기침, 쉰 목소리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인후두 역류(LPR, Laryngopharyngeal Reflux)'라고 부르며, 역류성 식도염의 한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위산이 조금만 올라와도 자극을 받아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생활 습관과 식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속 쓰림이 있을 때 위암이나 위궤양과 구별이 어려울 수 있는데, 반드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위험 신호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국가 암 검진 제도를 통해 만 40세부터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주기를 꾸준히 지키는 것이 기본입니다. 다만 40세 미만이더라도, 혹은 검진 주기 사이라도 다음과 같은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면 즉시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첫째,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입니다. 다이어트나 식이 조절 없이 6개월 안에 체중이 10% 이상 빠졌다면, 암을 포함한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둘째, 음식을 삼키기 점차 힘들어지는 연하곤란입니다. 역류성 식도염 외에도 식도암, 감염성 식도염, 식도 협착 등이 있으면 연하곤란이 생기는데, 예전에 역류성 식도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해서 이 증상을 그냥 넘기면 다른 심각한 질환을 놓칠 수 있습니다
셋째, 혈변이나 토혈입니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구토물에 피가 보인다면 위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원인 불명의 빈혈입니다. 남성의 경우 특별한 이유 없이 빈혈이 생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위암이나 소화기 암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여성도 산부인과적 원인 없이 빈혈이 지속된다면 내시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내시경 검사에서 깨끗하다고 나왔는데도 통증이 지속되는 '비미란성 역류 질환'은 무엇인가요?
내시경 검사에서 큰 이상이 없는데 역류성 식도염과 증상은 똑같거나 더 심한 분들이 있습니다. 위와 식도 사이 점막의 민감도가 예민해져 있기 때문인데요. 식도 점막이 남들보다 더 민감한 상태라, 소량만 역류해도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비미란성 역류 질환이라고 하는데, 전체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약 절반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전형적인 역류성 식도염과 달리 검사 결과와 본인이 느끼는 증상이 일치하지 않는 특징이 있고, 스트레스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약 반응도 개인차가 큽니다.

바렛 식도는 내시경 검사로 발견 가능한가요? 식도암으로 가는 고리는 어떻게 끊나요?
바렛 식도는 아시아권보다 서양에서 흔한 질환입니다. 서양에서는 만성 역류성 식도염 환자의 20%에서 발견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1~2% 정도로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바렛 식도는 길이로 위험도를 평가하며, 내시경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cm 이상이면 긴 분절로 분류합니다. 내시경에서 위와 식도 접합 부위에 이형성 세포가 보이거나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보이면 반드시 조직 검사를 진행합니다. 한국에서는 바렛 식도가 흔하지 않고 대부분 3cm 미만의 짧은 분절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기적으로 내시경을 통해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역류성 식도염 예방을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습관은 무엇인가요?
식사 직후 바로 눕는 것이 가장 나쁜 습관입니다. 식사 후 바로 누우면 위와 식도를 잡아주는 밸브, 즉 하부 식도 괄약근도 같이 눕게 되어 중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음식물이 바로 식도 쪽으로 올라옵니다. 역류가 지속되는 시간도 증가하고, 특히 누운 상태에서 위산이나 음식물이 식도에 오래 머무르면 증상이 심해집니다. 야간에 더 염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고, 약을 먹어도 효과가 감소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식사 후 3시간은 눕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과식했거나 기름진 음식,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면 3시간 이상 눕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지고 맵고 짠 음식 외에, 커피가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커피는 위산 증가와 밸브 이완 효과,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치는데 더 큰 것은 밸브 이완 효과입니다. 커피를 먹으면 이 밸브가 느슨해지고, 위산이 느슨해진 밸브를 통해 자꾸 역류하면서 역류성 식도염이 생깁니다. 디카페인 커피는 괜찮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디카페인은 카페인이 제거되고 산도도 낮지만, 폴리페놀이나 지방 같은 다른 성분들이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어 완전히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체중 감량이 역류성 식도염 완화에 도움이 되나요?
체중과 역류성 식도염은 상당히 연관성이 깊습니다. 핵심 이유는 복압 증가입니다. 하부 식도 괄약근 쪽에 내장지방이 쌓이면 괄약근이 약해지고 압력이 올라가 위 내용물이 밸브를 뚫고 식도로 역류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BMI 30 이상의 비만에서는 역류성 식도염 확률이 2~3배 증가하고, BMI 25~30의 과체중일 때는 약 1.5배 증가합니다. 체중의 5~10%만 줄여도 증상이 의미 있게 호전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지금보다 10kg 더 나가던 시절에 야식과 술을 많이 먹으며 역류성 식도염을 겪었는데, 야식을 줄이고 운동과 체중 조절을 병행하니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일 시 왼쪽으로 자는 자세가 좋다고 하던데, 실제로 도움이 되나요?
위 구조 자체가 약간 왼쪽과 위쪽으로 기울어진 3D 구조입니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 내용물이 식도 끝 쪽으로 쉽게 모이는 반면, 왼쪽으로 누우면 중력으로 역류가 억제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내시경 검사를 할 때 환자를 왼쪽으로 눕히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추천 자세는 처음 잠을 시작할 때 왼쪽 측와위에 상체를 10~15cm 정도 높이는 것입니다. 다만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세만으로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역류성 식도염 환자라면 처음 눕는 자세를 왼쪽으로 시작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약을 안전하게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인 위산 분비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위산을 만드는 세포 자체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갑자기 중단하면 오히려 위산이 더 많이 분비되는 '반동성 위산 과다'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증상이 좋아졌더라도 갑자기 끊기보다 용량을 서서히 줄이는 '테이퍼링 오프'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매일 먹던 약을 이틀에 한 번으로, 더 좋아지면 필요할 때만 먹는 식으로 조금씩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생활 습관 교정입니다. "약 먹을 때는 괜찮았는데 끊고 나니 또 생겼어요"라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술·담배,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먹고 바로 눕기, 체중 증가 등의 문제가 그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 습관과 식습관 관리를 반드시 병행하셔야 합니다. 또한 위산 분비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비타민 B12, 철분, 칼슘,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 흡수에 영향을 주고, 골다공증이나 감염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약에만 의존하는 관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새별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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