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다 더 피곤한 이유…‘춘곤증’ 아니었다, 반전 비밀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 봄볕이 창문으로 스며드는 오후. 옆자리 사람도, 맞은편 사람도 고개를 꾸벅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데 안도한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왜 해마다 봄만 되면 이렇게 더 피곤해질까.
이를 두고 한국에서는 '춘곤증(春困症)'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등 독일어권에서는 'Frühjahrsmüdigkeit(봄철 피로)'라는 유사 개념이 사용돼 왔다. 영어권에는 이를 하나의 공통 용어로 묶어 부르는 표현이 없다. 중국에서도 '春困(봄철 피로)'이라는 말이 있지만 현상을 설명하는 수준에 가깝다.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는 연구가 나왔다. 봄이 특별히 더 피곤한 계절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봄 피로는 계절이 아니라 우리 몸의 시간 장치, '생체시계'의 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7%가 '춘곤증' 믿었지만 데이터는 달라
스위스 바젤대 시간생물학센터의 크리스틴 블루메 박사 연구팀은 2026년 3월 국제 학술지 《수면 연구 저널(Journal of Sleep Research)》에 관련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4년 4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일반 성인 418명을 대상으로 6주 간격으로 총 9차례 설문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매 조사마다 지난 4주간의 피로도, 낮 졸림, 수면의 질을 반복 기록했다. 같은 사람을 1년 동안 추적한 종단 연구였다.
조사 시작 시점에서 참가자의 47%는 "나는 춘곤증을 경험한다"고 답변했지만 1년 동안 반복 측정한 결과, 피로도와 수면 지표에서 계절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일조 시간 변화 속도도 분석했지만, 피로와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봄, 낮 길이 급격히 늘며 리듬 변화
이른바 춘곤증으로 불려온 봄철 피로는 계절 질환이라기보다 '생체시계' 변화와 더 관련이 깊다.
사람의 몸에는 약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생체시계가 있다. 포유류에서는 뇌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이 중심 역할을 한다. 눈으로 들어온 빛 정보를 바탕으로 수면과 각성, 체온, 호르몬 분비 리듬을 조절하며 몸 전체의 생체리듬을 조율하는 '중앙 시계'다.
생체시계가 어긋나면 수면 시점과 각성 상태, 낮 동안의 졸림과 집중력까지 함께 흔들린다.
봄에는 이런 리듬 변화가 보다 뚜렷하다. 낮 길이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밤에는 덜 졸리고 아침에는 더 일찍 깨는 양상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피로가 더 크게 체감된다.
생체시계 변화는 특정 계절에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다만 봄은 낮 길이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로, 몸의 리듬을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영향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여름에는 이미 적응이 이뤄지고, 가을에는 변화가 비교적 완만하다.
수면 리듬·활동 변화가 만든 봄 피로
춘곤증이 생물학적 실체가 없다고 해서 봄 피로가 착각이라는 뜻은 아니다.
첫 번째 원인은 수면 리듬의 변화다. 봄에는 아침 햇빛이 일찍 들어오고 저녁에도 빛이 오래 남는다.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 시점이 달라지고 수면-각성 리듬이 흔들린다.
두 번째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과 서울대 분당병원 등 공동 연구팀이 2009년과 2018년 두 시점의 성인 수면 패턴을 비교 분석해 2023년 《임상 신경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 수면 시간은 7.5시간에서 7.1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리듬 변화가 겹치면 피로감이 가중될 수 있다.
세 번째는 활동량 증가다. 겨울 동안 줄어들었던 움직임이 봄철 야외 활동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체가 적응 부담을 겪는다.
봄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어긋난 리듬이 이 시기에 드러나는 것이다.

해법은 리듬 조정
원인을 알면 대응도 달라진다. 아침에 햇빛을 충분히 쬐고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을 유지하면 리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생체시계 안정에 기여한다. 반면 카페인으로 버티는 방식은 밤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피로를 악화시킬 수 있다.
피로가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충분한 휴식에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갑상선 기능 이상, 빈혈, 수면무호흡증 등 질환 가능성을 고려해 전문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봄 피로를 단순히 춘곤증으로 넘기면 실제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춘곤증·봄 피로 Q&A]
Q1. 춘곤증은 왜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나요?
A1. 특정 원인과 진단 기준이 명확하게 정의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연구에서도 계절에 따라 피로가 일관되게 증가한다는 객관적 패턴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하나의 질환이라기보다 일반적인 피로 경험을 설명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Q2. 영어권에는 왜 '춘곤증' 같은 개념이 없나요?
A2. 봄철 피로 자체는 전 세계에서 느낄 수 있지만, 이를 특정 이름으로 묶어 부르는 문화적 전통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한국의 '춘곤증'이나 독일어권의 'Frühjahrsmüdigkeit'처럼 일부 문화권에서는 익숙한 표현이지만, 영어권에서는 별도의 용어로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Q3. 봄에 더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요?
A3. 착각이라기보다 '원인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피로감 자체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이를 계절 특유의 증후군으로 보기보다 수면 리듬 변화와 생활 패턴 변화가 겹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4. 계절 변화 말고 피로를 더 키우는 요인은 무엇인가요?
A4. 수면 부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스트레스, 활동량 변화, 생활 리듬의 불규칙성이 겹치면 피로가 더 쉽게 누적될 수 있습니다. 즉, 계절 변화는 촉발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생활 상태가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Q5.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피로는 어떤 경우인가요?
A5. 피로가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충분히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에는 다른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낮에도 졸림이 심하거나 호흡 이상, 어지럼증, 체중 변화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수면무호흡증, 빈혈, 갑상선 이상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의료 상담을 고려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Z세대, 성관계 잘 안해"…대신 '이것' 우선한다는데, 뭐길래? - 코메디닷컴
- 매일 먹은 영양제가 세균 범벅?… “‘이것’ 확인해야” 약사 경고, 왜? - 코메디닷컴
- 바나나 껍질, 버리지 마세요…생활 속 만능 활용법 4가지 - 코메디닷컴
- 싱크대 하얀 얼룩, 베이킹소다 대신 ’이 가루‘ 한 스푼이면 해결 - 코메디닷컴
- 잎채소 많이 먹는 사람...나이 들면서도 머리 “생생” - 코메디닷컴
- “노른자 진할수록 좋은 계란?” 달걀 색깔 차이의 ‘진짜’ 이유는? - 코메디닷컴
- 어르신들 뒷짐 걷기, 지금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 - 코메디닷컴 뒷짐 걷기, 넘어질 때 손 못 쓴다
- 욕실 물때 제거, 락스 대신 ‘이 음식’ 하나면 충분하다고? - 코메디닷컴
- “설탕보다 더 나빠” 의사 경고… ‘당뇨’ 부르는 사소한 습관, 뭘까? - 코메디닷컴
- 아침에 먹으면 살 덜 찐다?…英 BBC “살 빼려면 먹는 시간 중요”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