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 ‘불가촉천민’ 달리트에 사상 첫 국가 차원 사과 추진···“정의 향한 첫걸음”

네팔 정부가 ‘불가촉천민’으로 불려온 달리트 공동체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에 나선다.
발렌드라 샤 신임 네팔 총리가 달리트 및 역사적으로 소외된 공동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1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카트만두포스트는 전했다.
이는 샤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 정의 실현과 역사적 화해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샤 정부는 최근 달리트 내에서도 가장 소외된 바디 공동체 출신인 시타 바디를 여성·아동·노인부 장관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힌두교 카스트 제도의 최하위 계층인 달리트는 오랜 세월 ‘부정한 존재’로 규정돼 사회적 차별을 겪었다. 달리트의 약 42%가 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문맹률 또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돈다. 이들은 네팔 전체 인구 약 3000만명 가운데 13~14%를 차지하지만 의회 의석 점유율은 6%에 불과하다. 교육 현장에서 다른 계층 학생들과 같은 물통 사용이 금지된 달리트 학생들은 목이 마르면 집까지 걸어가는 일도 빈번했다.
네팔 당국은 2006년 ‘불가촉천민 없는 국가’ 선언을 시작으로 2011년 카스트 기반 차별을 형사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2015년에는 달리트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2016년에는 상위 카스트 여성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18세 달리트 청년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Z세대 활동가 암리타 반은 인도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 인터뷰에서 “수세대에 걸쳐 차별받아온 공동체에 대한 국가의 사과는 역사적 사건이자 긍정적 시작”이라며 “이번 조치가 젊은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달리트의 목숨은 소중하다’의 설립자 프라딥 파리야르는 이번 조치가 “정의와 평등을 위한 투쟁의 첫걸음”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밝혔다. 그는 “사과의 진정한 의미는 정부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달리트가 보건·교육·대표성 등 모든 분야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정부는 헌법에 명시된 법과 기본권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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