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권력지도 보니…"인재 등용 시스템 무너지면 나라 쇠퇴"
권력 집중 후기 관료 계층화 심화, 한국사 국제적 연구 가치 제시
![[대전=뉴시스] 조선후기-말기 특정 가문(안동 김, 풍양 조, 여흥 민, 반남 박씨)의 관료제 장악 현상 분석도.(사진=카이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01/newsis/20260401113457540xldk.jpg)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조선의 붕괴는 능력중심의 인사에서 특정집단의 인사독점시스템으로 변질된데 원인이 있다는 연구결과 제시됐다. 이는 조선 관료 사회의 권력쟁취와 몰락을 담은 권력지도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은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팀이 홍콩침례대학 최동혁 박사, 홍콩대학 연구진 등과 공동 연구를 통해 조선왕조실록과 과거 급제자 명단(문과방목)을 디지털 인문학 및 복합계 과학방법론으로 분석해 조선 관료 1만4600여명의 경력 패턴을 밝혀냈다고 1일 밝혔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공정한 인재등용시스템이 유지될 때 사회는 안정적으로 작동했지만 특정 집단에 권력이 집중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평등이 심화될 경우 국가 전체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조선의 멸망은 단일 사건이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의 결과라고 결론냈다.
조선왕조실록은 6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가 운영기록을 담은 세계적 유산으로, 당시 정치·사회 구조를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다.
연구진은 먼저 조선초기 권력구조의 극적 변동 사태인 1453년 '계유정난'을 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단종, 수양대군(세조), 안평대군과 교류한 관료들의 관계망을 구축한 결과, 세조와 가까웠던 인물들은 공신으로 부상하고 안평대군 측 인물들은 숙청되는 등 권력 변화가 관료 사회에 끼친 영향이 데이터로 명확히 드러났다.
이런 무력 정변은 조선 역사상 극히 소수의 사례기 때문에 연구진은 관료제의 일반적인 작동방식을 이해키 위해 장기적인 분석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관료가 맡았던 관직의 높이와 재직 기간을 종합해 '총성공지표(Total Success Index)'를 개발하고 각 관료가 얼마나 높은 지위에서 얼마나 오래 활동했는지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분석 결과, 조선 건국 이후 약 400년 동안 출신 가문이나 지역과 개인의 성공지표 사이에는 일정 수준의 상관관계는 있었지만 비교적 안정된 정상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정 수준의 공정성과 사회적 이동성이 유지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 후기로 접어들며 초기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 특정 가문이 경쟁이 아닌 권세를 통해서 과거 급제자와 고위 관직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관료 사회의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됐다.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가문이 관료의 성공 지표를 집중적으로 차지하는 현상을 확인했고 이는 공정한 인재 등용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력 본위의 등용 시스템이 무너진 구조적 변동를 해결하지 못한 조선 사회는 곧 쇠퇴와 멸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관료 출신·등용 이후 개인적 총성공지표가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조선 초기부터 관찰되지만 상관관계 정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조선의 안정기를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후기를 지나 말기에 가까울수록 특정 권세가문이 비정상적 방법으로 과거급제, 고위직을 과점키 시작하며 총성공지표의 불균형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관료 사회의 계층화 문제가 심화됐고 이를 해결치 못한 채 조선이 멸망한 것은 현대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홍콩침례대학 최동혁 박사(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졸업)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통계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Physica A: Statistical Mechanics and Its Applications' 4월호에 게재됐다. 논문은 오픈액세스로 전 세계 연구자와 일반인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향후 연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조선사 데이터베이스를 확장, 해외 관료제와 비교하고 전 세계와의 교류 기록도 분석해 조선의 국제사적 의의를 거시적으로 규명할 계획이다.
박주용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기간의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는 한계를 넘어 한 국가 전체 구조의 역사적 변동을 관찰한 사례"라며 "국가의 흥망성쇠에 개인과 집단의 행위가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사회의 공정성과 인재 등용 문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s05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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