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대신 공식 잡았다”…정수빈, 통계학도가 당구 스타 된 이유

최대영 2026. 4. 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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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수 한 수에 '계산'이 숨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고, 남자 프로 선수인 한지승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실제로 그는 당구를 수학적인 스포츠로 인식한다.

계산과 감각을 동시에 다루는 정수빈의 당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식'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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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대 위에서 펼쳐지는 한 수 한 수에 ‘계산’이 숨어 있다. LPBA 차세대 스타 정수빈은 그 계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선수다. 출발점이 통계학이었기 때문이다.

정수빈의 시작은 의외였다.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당구와 전혀 인연이 없었다. 큐를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 부탁으로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당시만 해도 단순한 일자리였지만, 그 공간에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연스럽게 당구를 접했고, 남자 프로 선수인 한지승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처음에는 옆에서 연습을 지켜보는 정도였지만, “나도 한번 쳐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이 결정적인 전환점이 됐다. 이후 불과 반년 만에 프로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빠르게 빠져들었다.
연습 과정은 남달랐다. 특정 패턴만 반복하기보다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는 데 집중했다. 정수빈은 이를 ‘데이터를 쌓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당구를 수학적인 스포츠로 인식한다. 각도와 회전, 힘의 분배뿐 아니라 경기 흐름까지 계산하는 과정이 통계적 사고와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빠른 성장으로 이어졌다. 2022년 프로 데뷔 이후 곧바로 16강에 진출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경험이 쌓일수록 경기력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무엇보다 연습량이 압도적이었다. 대회가 없는 날에도 하루 3~4시간은 기본, 많게는 10시간 가까이 큐를 잡으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지난 2025-2026시즌은 정수빈의 이름을 확실히 알린 무대였다. 웰컴저축은행 LPB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고, 시즌 랭킹 톱1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동시에 영스타상까지 수상하며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결승전 패배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그는 이를 성장의 계기로 받아들였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더 선명해졌다고 돌아봤다. 이 과정에서 경기 운영에 대한 시야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김가영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인 점은 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오히려 집중력이 올라가고 공격이 더 과감해진다는 것이 본인의 분석이다. 실제로 상대 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공격적인 스타일 탓에 수비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흔들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비시즌 훈련의 초점은 기본기와 수비 강화에 맞춰졌다. 실수를 줄이고 경기 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핵심 목표다.
정수빈은 자신만의 루틴도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저녁 경기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대에 맞춘 컨디션 관리와 준비 과정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단기적으로는 애버리지를 1.0에서 1.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1.3대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최정상 선수들이 유지하는 수치로, 사실상 정상급 도약을 의미한다.
정수빈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말한다. 당구 외에는 다른 취미도 두지 않고 오로지 훈련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전까지는 모든 시간을 당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된 도전은 이제 확실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계산과 감각을 동시에 다루는 정수빈의 당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식’이 되어가고 있다.

최대영 rokmc117@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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