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신한은행] “돈에 진심이라 무서워 죽겠어요”…신이슬이 밝힌 팀 내 ‘동물의 숲 자본주의’ ①

정다윤 2026. 4. 1. 10: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정다윤 기자] 코트 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그 장면 뒤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채워진 하루가 있다. 신한은행의 신이슬(25, 170cm)은 그 하루를 ‘이슬핑의 하루 일과표’라는 이름으로 풀어냈다.

처음에는 ‘이슬이’라고 적었다. 그러다 곧바로 지우고 ‘이슬핑’으로 고쳐 썼다. 본인이 본인에게 직접 별명을 업그레이드해 준 셈이다. 시작부터 제법 진심이었다.

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은 늘 또렷하게 시작되진 않는다. 햇살을 정면으로 맞으며 눈부터 비비고 본다. 그리고 오전 운동 전에 힘이 될 만한 것을 간단히 챙긴다. 눈에 보이는 걸 주워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사과나 김밥, 계란으로 속을 달랜 뒤 오전 훈련에 들어간다.

오전에 코어 운동 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요. 가끔은 뛰는 체력 훈련도 하죠. 몇 분 안에 몇 바퀴 들어오는 거 혹은 사이클 러닝을 뜁니다.

오전부터 숨이 찬다. 하루는 그렇게 천천히가 아니라 제법 가쁘게 출발한다. 일과표를 보니 신이슬은 최윤아 감독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말풍선에는 ‘패널티’라고 적어뒀다. 감독을 떠올리면 자동으로 따라붙는 단어처럼 보였다. 약간의 긴장감과 적당한 현실 반영이 섞인 그림이었다.

약간 저희를 더 집중시키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패널티가 있으면 ‘100%로 쏟는다’는 뜻이죠. 패널티는 훈련할 때 1대1하거나 5대5에서 지는 쪽이 사계절이라는 인터벌을 뛰기도 해요. 저는 1대1 할 때 좀 받았어요. (김)지영 언니랑 (신)지현 언니가 수비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누군가는 코트 위에서 조명을 받고, 또 누군가는 그 조명 밖에서 팀을 떠받친다. 선수들이 몸을 만들고 버틸 수 있게 뒤에서 챙기는 사람들. 트레이너들도 그렇다. 늘 선수들 몸 상태를 체크하고 부상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신이슬은 그 수고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치료 시간 옆에 하트를 붙여 놓은 이유도 분명했다.

쌤들 맨날 수고하시니까 하트를 붙였어요. 저 아킬레스 치료 받거든요. 뼈가 살짝 튀어나와서 아파서 치료받아요. 그거 때문에 선생님들도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셨는데 방법은 없더라고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기다리던 저녁 시간이 온다. 운동으로 바닥난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시간이다. 신이슬은 마라탕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구단 식단에서 한 번 마라탕이 등장했을 때의 기억을 또렷하게 갖고 있었다. 다만 그 감격의 재회는 그날 이후 없었다고 한다. 칼로리라는 높은 벽이 앞을 가로막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하루의 기적이었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여기 밥이 정말 최고예요. 마라탕은 안 나오더라고요. 라자냐 같은 것도 밀가루가 아니라 건두부 면으로 이렇게 만드시고 아주 고생하셨을 거예요. 만드셨던 조리사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이제 달콤한 개인 시간이 온다. 이 시간에 쉬기도 하고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농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신이슬의 개인 시간엔 닌텐도 게임을 하는 날도 있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함께할 친구가 없어 손이 잘 안 간다고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정채련의 닌텐도 입성으로 판이 커졌다. 혼자 하던 취미가 단체전이 됐다.

최근에 닌텐도를 같이 할 친구들이 생겨서 할맛이 나요. (정)채련이가 닌텐도를 샀거든요. 채련이랑 (이)혜미 언니, 일반인 친구가 있거든요. 근데 채련이가 돈에 너무 진심이에요. 진짜로 무서워 죽겠어요(웃음).

여기서 말하는 돈은 현실의 돈이 아니다. 신이슬이 즐기는 게임은 ‘동물의 숲’이다. 동물들과 함께 살며 섬을 꾸미고 집을 키우는 그 평화로운 게임 맞다. 다만 그 안에도 생각보다 자본의 논리가 들어 있다. 평화로운 척하지만 의외로 경제관념이 빡빡한(?) 일명 ‘노동의 숲’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이른바 ‘무 주식’이다. 일요일마다 무를 팔러 오는 동물에게서 무를 사두고, 일주일 안에 가장 비쌀 때 되파는 방식이다. 값이 오르면 환호하고 떨어지면 눈물이 난다. 현실 주식보다 귀엽지만, 마음 졸이는 구조는 꽤 비슷하다. 게임 속에서도 사람은 결국 시세를 본다.

무 주식을 하는데 저는 그렇게까지 돈을 안 모아도 되거든요. 90벨에 사서 500벨로 팔았죠. 있어봤자 뭐 할 것도 없고 제가 꾸미는 걸 잘 못 하니까요. 혜미 언니는 무 주식도 대박 난 거고 노력이에요. 섬도 진짜 잘 꾸며놨는데, 저는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진짜 게임을 만든 사람 같아요.

채련이는 일단 돈에 너무 진심이에요. 무 주식도 하지만 열매도 저희 섬 거 아닌 다른 섬 거(외부의 섬)는 더 비싸거든요. 일반인 친구가 또 착해요. 과수원을 만들어서 그거 다 따서 채련이가 다 팔거든요. 저도 팔긴 했는데(웃음)....

이쯤 되면 닌텐도라기보다 소규모 경제 공동체에 가깝다. 누군가는 무를 사고, 누군가는 과수원을 운영하고, 누군가는 남의 섬에 가서 열매를 따 판다.

다른 날. 신이슬은 혼자만의 시간에는 글도 쓴다. 생각을 정리하거나 하루를 기록하고, 블로그에 마음을 남긴다. 팬들과도 그 공간에서 소통한다. 공개적이지만 조금은 사적인 방 같은 공간이다. 거기에는 생각보다 따뜻한 말들이 모인다. 짧은 댓글 하나가 오래 남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인데, 팬들이 알고 댓글을 써주시더라고요. 댓글로 악성 댓글이 달릴 수 있지만 아직은(?) 응원만 있더라고요.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써주세요. 제가 힘든 거 쓰면 해결 방안을 찾아주시는 팬도 있고요. 저를 궁금해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또 ‘경기 보러 갔었는데 사인 받아서 너무 좋았다’는 댓글도 봤고요. 제가 코피 자주 나는데 걱정해 주세요.

셀카도 많이 올려요, 저는. 그런데 인스타그램에 그거 다 올리면 친구들한테 욕 먹잖아요(?). 너무 많이 올린다고 장난식으로요. 여기에다가 올리면 진짜 그냥 저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만 보니까 그냥 셀카 많아서 좋다고 해주시거든요. 제가 좋은 사람들이랑 요즘 만나서 약간 에너지가 채워진다는 글도 썼는데, ‘제가 좋은 사람이라서 곁에 좋은 사람이 많은 거다’고 말씀해 주세요.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따뜻한 말은 사람을 살리고, 가벼운 관심 하나도 버티는 힘이 된다. 그래서 이런 공간은 더 소중하다. 최근 스포츠 현장에는 악성 비방 댓글과 메시지로 힘들어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신이슬이 팬들과 주고받는 다정한 문장들은 더 귀하게 읽힌다. 코트 밖에서 오가는 응원도 결국 한 선수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사진_WKBL, 신이슬 제공, 정다윤, 이상준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