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 고통 속에서도 퇴장당하는 투수 위로, 베테랑의 품격 보여준 허경민 [이대선의 모멘트]

[OSEN=대전, 이대선 기자] 찰나의 순간, 대전 구장에 정적이 흘렀다. 시속 146km의 강속구가 타자의 안면을 직격 하는 아찔한 상황. 쓰러졌던 타자가 일어나 보여준 행동은 승패보다 더 큰 울림을 남겼다.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와의 경기. 5회초 한화는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엄상백을 네 번째 투수로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시즌 첫 등판의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엄상백은 장성우에게 안타, 김상수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실점했다.
이어진 허경민과의 승부. 초구 파울 이후 던진 2구째 146km/h 직구가 허경민의 머리 쪽으로 향했다. 피할 틈도 없이 헬멧 근처를 강타당한 허경민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엄상백은 '헤드샷 규정'에 따라 즉시 퇴장 조치됐다. 복귀전에서 단 1/3이닝만을 소화한 채 마운드를 내려가야 하는 허무한 순간이었다.
트레이너의 점검을 받고 간신히 일어난 허경민은 어지러움 속에서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는 엄상백을 향해 손짓했다. 고개를 떨군 채 자책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던 후배 엄상백에게 무언의 위로를 건넨 것이다.






자칫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큰 부상을 당할 뻔한 상황에서도 본인의 몸보다 상대 선수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베테랑의 품격이었다.
KT는 경기 초반부터 폭발한 화력을 앞세워 한화 마운드를 공략했고, 최종 스코어 9-4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KT는 개막 이후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3연승을 질주, 리그 단독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한화는 선발 투수 화이트의 부상과 엄상백의 퇴장 악재 등이 겹치며 시즌 첫 패배(2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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