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유증에 "한화가 한화했다"는 비판 쏟아지는 이유 [이슈체크]

나은수 기자 2026. 4. 1. 09:3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석화사업 캐시카우 붕괴되자 '와르르'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배제 할 수 없다"


"한화가 한화했다"

한화솔루션이 5년만에 또 다시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시장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지난해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주 소통 부족 문제로 초기에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장기 성장 발판을 위한 증자"라는 점이 시장에 먹히면서 유증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당시보다 2배 이상 뛴 주가가 이를 방증하고 있죠.

이번 한화솔루션의 유증은 좀 다릅니다. 유증의 주목적이 다르고, 절차상 문제점도 눈에 들어옵니다.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서 시장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는데도 유증 진행 과정은 안이하기만 합니다. 한화솔루션의 유증 추진 과정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재무적 상황은 왜 이렇게까지 악화됐는지 살펴봅니다.

■ 문제는' 3억주→5억주가 아니다'…"주총 전에 유증 결정했어야"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정기주주총회 개최했는데요. 이날 주총에서는 회사의 정관상 발행주식총수(한도)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변경하는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이 안건은 참석 주식수의 99%가 찬성하며 통과됐습니다.

회사가 유증을 발표한 건 불과 이틀 후인 26일입니다. 주총 이후 즉각 유증을 발표하자 일부 주주들은 "발행주식한도를 변경한 건 증자를 이미 준비했다는 뜻", "그렇기 때문에 주총에서 유증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러나 사실 발행주식한도에 대한 정관 변경 자체는 이번 증자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한화솔루션의 현재 발행주식 총수(약 1억7446만주)와 이번 증자로 예상되는 발행 신주(7200만주)를 합쳐도 기존 정관상 발행한도인 3억 주를 크게 밑돌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유증 이야기를 꺼냈어야 했다는 지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증자에 대한 이사회 결의가 이뤄지기 전에 주총 같은 특정장소에서 소수의 참석주주에게 증자를 언급하는 것은 자칫 자본시장법 위반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주주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번 증자가 절차적으로 문제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표는 한화솔루션의 기업실사보고서에 기재된 '유상증자 관련 이사회 안건 및 검토 내역'입니다. 회사가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유상증자를 결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증자는 이사회 대상 1차 설명회(2월19일)→주총소집결의(2월23일)→이사회 대상 2차 사전설명회(3월20일)→주주총회(3월24일)→유상증자 안건을 위한 이사회(3월26일)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주총 전 두번에 걸친 이사회 대상 설명자리에는 유상증자 의결에 찬성 서명한 두 명의 사외이사가 없었습니다. 이 두 명 즉 배성호 교수와 송광호 교수는 이번 주총에서 신임 사외이사로 선출됐기 때문입니다.

과연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이틀 만에 증자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을까요. 회사 측은 "충분한 설명과 자료를 제공했고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이번 증자에 반영됐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틀이라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회사의 사업과 재무상황, 그리고 대규모 유상증자 필요성 등을 파악하는데 충분한 시간인지 의문입니다. 이번 이슈체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자료조사와 관계자 취재에 걸린 시간만 해도 사흘은 족히 넘습니다.

이 때문에 주총 이전에 증자를 발표하는 게 옳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증자 검토는 사실상 2차 사전 설명회에서 끝났습니다. 따라서 주총 이전 시점에, 회사의 상황을 오랫동안 살펴온 기존 이사진이 결정을 내렸어야 맞았다는 겁니다.

물론 주총 이전에 증자를 발표했다면 주총장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 발행주식총수의 40%에 이르는 대규모 증자인만큼 주주에게 증자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주총 직후 유증 공시는 이런 과정조차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습니다.

한화그룹은 과거에도 유증 과정에서 소통 부족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여러차례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국내외 방산 투자에 앞으로 3~4년간 3조6000원이 필요하다며 유상증자를 추진했습니다. 발표 직후 주주들 뿐 아니라 애널리스트들도 "회사가 창출하는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투자를 해 나갈 수 있을텐데 증자 결정을 내린 이유를 모르겠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차입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면 부채비율이 올라가 글로벌 방산 주주에 불리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죠. 시장의 의문은 차입이냐, 유증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영업현금흐름이 적어도 연간 2조원 이상이라 자체 자금으로 투자할 수 있는데도 왜 증자를 추진하냐는 거였죠. 삼성증권이 예상한 2025년~2028년 영업현금흐름 창출추정액은 10조원 가까이 됐습니다.

주가가 폭락하는 와중에 회사측은 미래비전 발표라는 이름으로 추가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의문이 풀렸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5년~2028년 투자 예정 금액은 3조6000억원 아니라 11조원이었고,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증자 뿐 아니라 자체 영업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차입 등을 두루 활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거죠. 애초부터 제대로 소통했다면 시장의 뭇매와 주가 폭락은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한화솔루션의 증자 추진과정은 더욱 아쉬울 따름입니다. 증자 발표 직후 IR 자료와 주주서한을 배포해 자금 조달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번 증자 배경을 설명하는 등 시장과 적극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입니다. 하지만 주총 이전 증자 발표가 옳았고, 주총을 통해 주주들과 직접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질타 속에서도 신뢰를 얻었을 것 같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주총장에서 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할을 것으로 예상해 증자 시점을 뒤로 미뤘다는 게 아니면 이번 증자 시점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 "정면돌파해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는 게 절차적으로나 명분적으로도 맞다"고 지적했습니다.

■ 석화 무너지자… 재무 기반 '와르르'

한화솔루션의 이번 유증 규모는 약 2조4000억원 수준입니다. 자금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채무상환 1조5000억원 △시설자금 9000억원입니다. 이번 증자는 사실상 채무 상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입니다.

회사 상황이 얼마나 안 좋길래 빚 갚는데 이렇게 주주에게 손을 벌리는 걸까요.

한화솔루션의 그간 연혁을 살펴보면 회사의 현재 상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한화솔루션은 회사를 떼어내고 붙이는 수많은 과정들을 거쳐온 곳입니다. 한화솔루션의 전신은 한화케미칼로 이 회사의 주력사업은 석유화학사업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화큐셀코리아와 첨단소재 사업을 하는 한화첨단소재도 별도 법인으로 존재해있었죠.



각자 사업을 영위하던 세 회사는 합쳐지기 시작합니다. 한화큐셀코리아가 2018년 한화첨단소재를 흡수 합병해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로 새롭게 출범하고요. 한화솔루션은 2020년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흡수합병했습니다. 경영 효율성을 높여 석유화학, 태양광, 첨단소재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명확한 그림이 있었습니다. 석유화학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인 태양광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합병 당시 한화솔루션은 2025년 매출 18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이라는 야심찬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합병 초기에는 회사의 계획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아래 표는 합병 이후, 각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입니다. 합병 이듬해인 2021년 각 사업 부문별 영업이익을 보면 석유화학 1조468억원, 첨단소재 97억원, 태양광 -328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국내 석화 산업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합니다. 석화부문의 2022~2025년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5889억원→607억원→-1213억원→-2491억원으로 흑자 폭이 급격히 감소한 뒤 영업적자를 기록합니다.

이 기간 전사 잉여현금흐름(FCF)도 -8263억원→-1조8931억원→-2조7805억원→-2조6725억원으로 급격히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석화 산업의 부진에도 태양광 산업의 투자는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죠. 회사의 설비투자(CAPEX) 지출은 9420억원→2조4111억원→3조4190억원→2조175억원으로 매년 조 단위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버는 돈은 없는데 투자로 대규모 자금이 집행돼 온 겁니다.

회사는 이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입에 의존해 왔습니다. 이 탓에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입니다. 회사의 순차입금은 2022년 4조9915억원에서 2025년 12조6259억원으로 급증합니다. 이 기간 부채비율도138.41%에서 196.32%로 빠르게 상승합니다.

불어난 차입금을 갚기 위해 회사는 비핵심 자산들을 매각하기도 합니다. 2024년 한화저축은행 지분을 매각하기도 하고요. 작년에는 해외 합작사 지분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며 1조 넘는 돈을 확보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자산들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은 1조6167억원로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자본시장에서는 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했습니다.

이러한 자구안에도 본업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회사의 재무 체력을 계속 떨어졌습니다. 결국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도 하락 압력을 받기 시작하죠. 회사의 재무상황은 2023년부터 신용평가사 기준 하향 트리거(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겠다고 미리 제시한 기준선) 수준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솔루션의 향후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이미 제시한 상태입니다.

본업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면 '조달금리 상승→이자비용 증가→수익성 악화→재무지표 악화'와 같은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기업실사보고서는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2028년 상반기까지 최대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차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 급한 불은 껐지만...벌써부터 "또 유증 가능성"


회사 측은 이번 증자로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이번 증자 직후 부채비율이 161.6%로 작년 말 대비 34.7%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사 측은 증자 대금으로 차입금까지 상환하면 이 비율을 15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향후 4년 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13조8000억원을 창출해 이중 6000억원을 주주환원재원으로 배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주주달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우선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입니다. A 애널리스트는 "차입금 조달, 자산 처분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이미 동원한 뒤 추진하는 유상증자여서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긴 하다"며 "회사 측이 올해 CAPEX 비용을 2조원에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감축해 투자에도 속도 조절을 하는 등 유증 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앞으로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향후 업황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펼치고 있지만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만만치 않은 시장 상황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진단입니다. A 애널리스트는 "석화 사업이든 태양광 사업이든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화솔루션은 향후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전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업황 개선이 늦어질수록 회사의 재무 부담은 더욱 악화할 수 있습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반등이 늦어질 경우 증자효과는 재무구조 개선에만 그치고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할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진단합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부진한 이익창출력을 감안할 때 채무상환능력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합니다.

이처럼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보니 향후 추가 증자 가능성이 벌써부터 나옵니다.이번 정기주총에서 발행예정주식총수를 5억주로 확대한 것도 향후 증자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죠.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은 전 계열사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만큼 이후에도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주총에서 발행예정주식총수를 5억주로 확대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 측은 추가 증자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계획입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2030년까지 유상증자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화솔루션 측은 기사 보도 이후, 이슈체크팀에 "주총 전이었던 지난달 20일 신임 사외이사도 사전설명회에 참석해 증자와 관련된 충분한 설명을 들었고 이사회 승인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충분한 검토 및 토론을 거쳤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나은수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