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국조선해양 3조 규모 EB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이경남 2026. 4. 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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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기초자산으로 20억 달러 교환사채 발행
저금리 자금 조달에 주식전환 가능성 높아 '일석이조'
일반 투자자엔 물량 부담…주가 상승 여력 제한 불가피

HD한국조선해양이 HD현대중공업의 주식을 통해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HD현대중공업의 주식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하면서다. 이를 통해 친환경 선박, 차세대 에너지 분야 등 미래 사업과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MASGA(마스가)'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1% 이자율 조건으로 자금조달 이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반면 시장에서는 상장된 자회사 지분을 활용하면서 잠재적 물량 부담 등 일반 주주들이 지게 될 리스크 우려도 있다. 넉넉한 재무 상황과 함께 이사 충실 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시점에서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싸게' 돈 빌린다

HD한국조선해양은 31일 HD현대중공업의 보통주 561만3704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최대 20억 달러(한화 약 3조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공시했다. 교환가액은 기준주가 대비 12.5~17.5%의 프리미엄을 반영해 54만원이며 이자율은 1% 이내다. 발행 대상은 투자자 모집 과정을 통해 확정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렇게 조달한 3조원가량 중 절반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절반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 사업 확대 ,해외 야드 생산설비 확충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연료전지, 해상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과 투자 등으로 사용처를 설명했다. 

HD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는 HD현대중공업 지분 5.35% 가량을 포기하게 되지만 현재 69.21%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지배력은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이내의 매우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면서 이자 부담도 크지 않다. HD한국조선해양의 현재 신용등급 등을 고려할 때 일반 회사채 발행 시 약 3.5~4.5% 가량의 금리가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으로 연간 900억원가량의 이자비용을 아끼게 된다. 

리스크를 짊어지는 일반 주주

HD한국조선해양 측은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감을 고려해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상장사인 모기업이 알짜 상장 자회사 주식 일부를 활용하면서 중복상장 등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을 반복할 가능성에서다. 

HD한국조선해양이 이번에 발행키로한 교환사채 이자율은 1% 이내로 투자자들이 채권 이자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에 따른 교환 및 주식 처분을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결국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른 후 이를 매각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561만주에 달하는 주식이 풀릴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 아님에도 주가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는 EB 발행을 택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보유 현금 및 금융기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도 큰 무리가 없을 재무 상태임에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EB 발행을 택해 금융 비용을 아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2월 같은 방식으로 조달했던 자금도 시장에 대거 풀릴 전망이다. 지난해 2월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주식 173만576주를 기초자산으로 6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교환사채의 청구기간은 2030년까지로 아직 만기가 넉넉하지만 이미 상당 물량이 교환청구 돼 시장에 풀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돼 교환가액 도달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작년 발행 분과 달리 시장에 풀리는 속도가 제한될 수 있지만 잠재적 물량 부담 자체는 이어진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가운데, 주주 수익을 제한하는 결정으로 부각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일부 회사가 주식을 담보로 자금조달에 나서겠다고 하자 일부 주주들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법원에 판단을 맡기기도 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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