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회는] “전북에 프로야구 11구단” “대구에 삼성공장”…지방선거 ‘묻지마 공약’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벌써부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프로야구단 창단이나 초대형 돔구장 유치 공약부터 반도체 공장 유치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수천억원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구체적 계획 없이 단기간에 성사시키겠다고도 한다. 이에 따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묻지마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경선 후보인 이원택 국회의원은 지난 30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형 프로야구 11구단’ 창단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의원은 비용 부담이 큰 기업 단독 구단 운영 방식 대신 협동조합 형태로 구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도내 기업 1곳이 연간 500만원씩 출연할 경우 1000개 기업이면 50억원의 출연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돔구장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돔구장 유치 공약은 타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전현희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이 가능한 ‘서울돔’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단수 공천이 확정된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지사는 천안아산역 인근에 5만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당내 경선 중인 박승원 광명시장(민주당), 백경현 구리시장(국민의힘), 이범석 청주시장(국민의힘)도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돔구장 건설에는 수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다. 국비와 지방비, 민간 투자 결합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구체적 재원 조달 구조와 연간 운영 적자에 대한 대응책은 불분명하다. 특히 돔구장은 유지비가 높은 시설로 지자체 재정에 장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야구단이 없는 전라북도의 경우 선거철마다 프로야구단 창단 공약이 반복돼 왔지만, 실제 창단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모두 각 지역에 반도체 공장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노영민 충북지사 예비후보가 취임 100일 내 삼성 유치 양해각서(MOU) 체결을 내걸었고, 전남·광주 통합시장 경선에 나선 민형배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각각 ‘글로벌 기업 유치’와 ‘500조원 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공약했다. 전북지사 경선의 안호영 의원 역시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공장 공약은 쏟아지고 있다.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와 삼성병원 분원 설립’을, 당내 경선 중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구미 반도체 공장 유치’를 약속했다. 김진태 강원지사 역시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 유치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 투자는 부지확보와 전력·용수 공급, 배후 인프라, 숙련 인력 수급 등 장기 전략에 따라 결정된다. 또 반도체 공장과 산업단지는 인프라 구축에만 10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단체장 임기 4년 내 성과를 내겠다는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회성 현금성 지원을 내세운 공약도 잇따르고 있다. 전북 군산시장 선거에서는 예비후보 9명 가운데 5명이 ‘임기 내 시민 대상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강기윤 창원시장 예비후보(국민의힘)는 ‘1인당 100만 원의 에너지연금 지급’을 약속하는가 하면, 오하근 순천시장 예비후보(민주당)는 ‘100만 원 규모의 민생회복 지원금’을 각각 공약으로 제시했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는 만큼, 허황되거나 인기 영합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는 선거를 통해 걸러져야 한다”며 “이 같은 공약은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방증인 만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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